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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욕망의 집합소' 서울, 2023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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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규씨 소설 '내가 없는 세월' 출간
    유부남의 첩살이 신세를 비관한 어머니의 자살로 고아가 된 열살 소녀 미령.따로 가정이 있는 아버지 최씨의 본가 '라일락나무집'에서 살게 된다. 화사한 라일락꽃이 피어나는 그 집에서 미령은 품위를 잃지 않는 싸늘한 계모 명옥,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속을 도통 알 수 없는 배다른 언니 신혜,노망이 들어 쌀 속에 파묻혀 사는 고모 바구미 여사를 만난다.

    《수상한 식모들》로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소설가 박진규씨(33 · 사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내가 없는 세월》(문학동네)은 미령과 신혜,명옥과 바구미 여사 등 최씨 집안의 여자 4명이 1988년부터 2023년까지 겪는 이야기다.

    미령이 라일락나무집에 입성하는 순간은 소설 속에서 '상봉동 집을 떠나 어른들의 기괴한 동화 속 세상에 처음 발을 디뎠다'고 표현되는데,이처럼 최씨 집안 여자들이 겪는 삶은 기묘하고 환상적이다.

    미령의 이복언니 신혜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꼬리를 보는 이상한 능력을 지니게 되고,휴거를 믿는 집단에 휘말리기도 한다. 바구미 여사는 신묘한 점궤로 명옥의 투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자신을 돌봐주던 미령에게 소원을 이뤄준다는 생쌀 다섯 알을 남기고 죽는다.

    집안에서 정붙일 곳 없던 미령은 집을 나가고,명옥은 연거푸 일에 실패하는 남편 때문에 삶이 신산해진다. 급기야 2012년 서울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최씨 집안 여인들은 이리저리로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커튼을 열면 또다시 커튼,다시 열어도 또 커튼.결국 그녀가 세상에 발 디딜 만한 공간은 커튼과 커튼 사이,어두침침한 좁은 틈새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는 미령의 통찰처럼 인생살이는 결코 쉽지 않다. 박씨는 과거와 미래,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최씨 집안 여인들의 역사를 솜씨 좋게 보여준다.

    이미 지나간 1988년부터 아직 도래하지 않은 2023년까지 근 35년간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소설 곳곳에는 우리 역사의 흐름이 배어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빠르게 통과하느라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우리의 세월을 짚어보고 싶었다"면서 "한국의 욕망이 집합된 장소인 서울은 이 소설의 또다른 화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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