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백화점에 근무하는 이지송씨(36)는 지난달 31일 아내에게 줄 새해 선물로 110만원짜리 모피 조끼를 샀다. 그는 "아내가 입고 싶어했던 옷"이라며 "이달에 성과급이 나올 예정이어서 큰 마음 먹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사례2.지난달 하나투어 해외여행 예약자는 8만51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고,이달 예약자는 8만7000명으로 작년 1월의 두 배 수준이다. 정기윤 하나투어 팀장은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매출이 호황기였던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취를 감췄던 연말연시 특수가 완전히 되살아났다. 지난해 말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매출은 20~40%씩 증가했고 호텔,레스토랑과 외식업소,유흥업소 등은 송년 모임으로 만원사례였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업계와 공연계도 활짝 웃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증시가 연말 랠리를 보인 데다 대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여 '아랫목 경기'(중상층 소비)가 확연히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18일 이후 송년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은 35% 늘었다. 선물 수요에다 갑작스런 한파로 겨울용품을 장만하려는 쇼핑객들이 급증했기 때문.롯데백화점에서 장갑 등 선물용 잡화는 22.2%,여성의류는 20.9% 더 팔렸다. 모피 매출은 54% 증가했다.

진도모피 매장 직원은 "1000만원이 넘는 최상급 모피코트인 '블랙그라마 휘메일'의 경우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밝혔다. TV 등 대형가전도 불티나게 팔렸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대형가전 매출은 지난해 11월 40%,지난달에는 50%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와 호텔들도 연말 특수를 누렸다. 시푸드뷔페 '보노보노'는 11월 중순부터 예약이 밀리기 시작해 지난달 예약률은 100%를 기록했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명동점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지난달 31일 웨이팅 리스트가 100팀을 넘어 2008년의 두 배에 달했다.

서울 신라호텔의 지난달 객실 예약률은 91%로 2008년(83%)보다 8%포인트 높아졌고 호텔 내 뷔페 '더 파크뷰'는 지난해 11월 중순께 연말 예약까지 마감됐다. 유흥업소도 초만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룸살롱들은 평일 오후 7시에도 만실이었다"고 귀띔했다.

고환율과 신종플루로 어려움을 겪던 여행업계도 연말에 숨통이 트였다. 모두투어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 해외 여행객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승 홍보부장은 "그동안 억눌려 있던 해외 여행 수요가 분출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가수의 콘서트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티켓 판매율은 90%에 달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연말 공연의 유료 관객 수는 2008년보다 회당 평균 150명(11%) 많아졌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은 2,3일 표도 매진됐다.

김재일/송태형/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