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은 쏘아올려 봐야 성공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차 발사가 실패했기 때문에 아마 나로호 2차 발사 성공을 바라는 연구원들의 마음은 국민들의 기대보다 더 간절할 겁니다. "

지난달 31일 대전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만난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본부 본부장(51 · 사진)은 "2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지난 9월 이후 주말도 반납하고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며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한 2차 발사는 2010년 6월 이전에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본부장은 1988년부터 20년 이상 로켓 개발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국내 로켓개발 역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1993년 발사된 고체과학로켓 KSR-I을 시작으로 1997년 KSR-Ⅱ,2002년 KSR-Ⅲ,2009년 발사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개발됐다.

조 본부장은 나로호의 통신 및 제어시스템 개발에 대한 총책임을 맡았고 2018년 발사 예정인 나로2호(KSLV-Ⅱ)의 발사체 개발도 지휘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우선 지난 8월 나로호 1차 발사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명백한 실패'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나로호 1차 발사는 위성의 덮개(페어링)가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솔직히 연구원들이 7년 넘게 고생한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쏘아올려졌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나 여론도 있었지만 나로호의 본 임무인 위성의 궤도진입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규정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완벽하게 보완해야 다음 기회에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발사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조 본부장은 "실패 원인에 대한 러시아와의 공동 조사가 막바지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실패 이유가 뚜렷이 규명되지 않을 정도로 발사 준비는 완벽했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2단 추진로켓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폭발사고로 6개월 이상 연구를 못했을 때도 있었고 연구원들과 함께 7년 넘도록 밤잠을 못 자며 고생했는데 정작 발사에 실패했을 때는 정말 억울했다"며 "국내에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는 것인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본부장은 나로2호 개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러시아제 1단 로켓을 사서 쓴 탓에 우주기술자립도 논란까지 불러왔던 나로호 발사 때와는 달리 나로2호는 100% 국내기술로 개발된다.

그는 "나로2호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75t급 1단 추진로켓을 장착하기 위해 2002년 개발을 시작,지난해부터는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며 "국내 우주기술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오는 6월 나로호 2차 발사를 성공하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국민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로켓개발에 걸린 7년간의 고생을 발사성공 10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할 만큼 연구원들은 순수하게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연구원들에게는 힘이되고 나아가 국내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