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의사의 잘못된 처방에 따라 약물을 투여해 의료사고를 냈다면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는 의사의 잘못된 처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투약해 환자를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된 전직 간호사 김모씨(53)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처방이 너무나 엉뚱한 약재를 투약하라는 내용이어서 간호사에게는 기계적으로 그 처방을 실행하기보다는 처방의 경위와 내용을 재확인해 위험을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가 주로 다른 사람의 과실 때문이라고 해도 피고인의 책임을 면제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0년 3월 J종합병원 간호사로 재직할 당시 복부종양 제거와 피부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단계에 있던 환자에게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수술용 마취 보조제를 투여하라는 의사의 잘못된 처방대로 투약해 환자를 의식불명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벌금 200만원으로 감경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