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에서 회자된 말들을 되돌아보면 극적인 주식시장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의 변천사다.

연초 가장 인기가 높았던 키워드는 '오바마'였다. 극심한 공포를 안고 시작한 2009년, 새로운 리더십을 상징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다리며 국제 금융시장은 기대심리로 가득찼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생성장주, 철도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와이브로, 인터넷, 4대강과 자전거, 미디어법 관련주 등이 주기적으로 들썩였다.

3월 초만 해도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이 아니라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증권가의 보편적인 정서였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서서히 녹으면서 '꽃보다 주식'이라는 반등장이 도래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빗댄 표현이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추천도 이어졌다.

6~8월 서머랠리에서는 'SH장세' '삼두마차'라는 표현이 회자됐다. 'SH'는 세계시장에서 선전한 삼성전자현대차의 영문 머릿글자를 딴 것.이들로 대표되는 '블루칩'이 코스피지수 1700선 회복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앞둔 9월 중순에는 외국인들이 하루에 1조원 이상 폭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등 '외국인들의 귀환'이 절정에 달했다. 이 밖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V형 반등' 'Do Buy(매수하라)' '이머징마켓(신흥경제권)' 등도 올해 증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단어들로 꼽힌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