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금융사들이 연말결산을 앞두고 2조원에 육박하는 대손충당금 부담을 안게 됐다. 금호 관련 전체 채무(위험노출액)는 15조7000억원으로 채권이 많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호 충격에도 적자 은행 없을 듯

30일 증시에선 우리금융(-4.15%),신한지주(-1.37%),하나금융지주(-1.64%) 등 은행주가 내림세로 마감했다. 금호 관련 충당금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호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은 대출 10조1000억원,유가증권 1조2000억원 등 총 15조7000억원이다. 이는 금호 측이 진 대우건설 풋백옵션 대금 2조6000억원(미확정),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2조7000억원의 부담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계열사별로 보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 1조6000억원,금호타이어 1조4000억원 등 3조원이며 금호석유화학 2조1000억원,아시아나항공 1조8000억원 등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은행들은 채권을 고정 여신으로 분류해 통상 20~25%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쌓는다. 또 관련 계열사 채권은 요주의로 분류해 5~7%를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대손충당금을 은행 1조2000억원을 포함해 1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김주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3분기까지 은행들은 4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며 "금호그룹사 두 곳의 워크아웃으로 금융권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최근 순이익을 볼 때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은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9월 말 BIS비율은 14.1%이다.

다만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이 3조8000억원에 달하며 우리은행도 2조3000억원을 갖고 있다. 서병수 키움닷컴증권 연구원은 "충당금 적립률을 보수적으로 25%로 추정했을 때 우리금융은 3000억원 내외의 충당금을 쌓으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안정펀드 등 대비책 많아

금융당국은 금호 사태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했다. 금호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및 CP잔액은 각각 2조9000억원과 1조6000억원으로 전체 시장 비중의 2% 정도다. 이 중 펀드에 편입된 규모는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김주현 사무처장은 "채권안정펀드,은행자본확충펀드 등 대비책도 있어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왔으나 이번 구조조정 계획 확정으로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 마련된 채권안정펀드는 전체 10조원 중 4조원만 소진된 상황이며 은행자본확충펀드도 전체 20조원 중 4조원만 집행해 16조원의 여력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