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해도 원 · 달러 환율은 지난해의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도 순유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와 0%대의 초저금리로 인한 달러화 약세가 환율 하락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연 평균 원 · 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180원가량 낮은 11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연 평균 환율을 1100원으로 전망하고 현대경제연구원도 이와 비슷한 1110원을 예상하고 있다. 연말 환율은 이보다 낮은 1000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평균 환율이 상반기 1130원에서 하반기 107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상반기 1105원,하반기 1095원의 평균 환율을 예상하고 있다.

환율 하락세는 지속되겠지만 하락의 속도는 지난해보다 느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400억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150억~20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하락 속도를 결정지을 변수로는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실적이 꼽힌다. 조선사들은 3년 여에 걸쳐 받을 수주금액(달러)을 선물환 매도를 통해 한꺼번에 팔기 때문에 조선사의 수주가 늘어나면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조선사의 수주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환율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환율을 상승세로 돌려놓을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달러 캐리트레이드(저금리의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되면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 · 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서 보듯이 잠재돼 있는 부실과 불안 요인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