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종영 이후 방송 3사 수목극 경쟁

200억원 규모의 제작비와 이병헌, 김태희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영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블록버스터 드라마 '아이리스'는 올 한해 큰 흥행작이 없었던 수목극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청률에서도 4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이며 종영하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반면 경쟁작들은 그동안 잔뜩 숨을 죽인 채 움츠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리스'가 17일 종영하면서 경쟁사들은 텅 빈 중원을 손에 넣으려 심기일전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KBS는 수목극 시장 사수를 다짐하는 모습이다.

먼저 급부상의 조짐을 보인 드라마는 SBS 멜로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일 첫선을 보인 이래 8-9%의 시청률을 꾸준히 보인 이 작품은 '아이리스' 종영 후 '아이리스 스페셜'이 방송된 22일 평소의 갑절에 가까운 16.4%(이하 TNS미디어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23일에도 15.6%로 두자릿수 시청률 행진을 이어갔다.

주연을 맡은 한예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리스' 종영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느낌"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10대에 첫사랑을 경험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초반 아역들의 연기로 조금씩 시선을 끌었고, 이후 고수와 한예슬의 애틋한 연기도 호응을 얻고 있다.

방송되기도 전에 판권이 일본에 팔리고, 방송 도중 순정만화로 인터넷 연재도 시작되는 등 조용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을 쓴 이경희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벌써 '웰 메이드 드라마'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KBS도 진작부터 '아이리스' 이후를 내다보고 바람몰이에 나섰다.

후속작으로 제작비 67억원을 들인 대작 사극 '추노(推奴)'를 편성하고 예고편도 일찌감치 공개했다.

장혁과 오지호, 이다해가 주연하는 '추노'는 내용 면에서 왕조사 중심의 사극에서 탈피하고, 지금껏 다뤄지지 않은 도망 노비들과 그들을 쫓는 추노꾼들의 이야기를 펼쳐 기존 사극과 차별성을 꾀한다.

또 '추노'는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영화 촬영에 사용하는 레드원 카메라를 동원해 영화 수준의 영상과 음향을 안방극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 곳곳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해 빼어난 영상미도 자랑할 만하고, 주연 배우들이 모두 검증된 연기력의 소유자라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연말 시상식 등 갖가지 일정 때문에 1월6일에야 첫 방송을 시작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 사이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물론이고 MBC '히어로'도 '아이리스'에 눌려 있다가 벌써부터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때문이다.

MBC '히어로'는 '아이리스'의 독주에다 주연을 맡은 김민정의 하차 등 악재가 겹쳐 그동안 시청률 3-4%대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아이리스' 종영 이후에는 22일 6.4%, 23일 5.7%를 기록해 도약의 발판을 닦았다.

3류 파파라치 전문지 기자가 한국 최고기업이면서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는 신문사 대세일보를 파헤치는 내용의 이 드라마는 주인공 진도혁(이준기 분)과 상대역인 이해성(엄기준)에 관련된 비밀이 공개돼 갈등과 반전이 본격화하면서 시청률 역전극 연출을 예고한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