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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미처 다 지어지지도 않은 빌딩 하나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의 순위를 뒤바꿔놓았다.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바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신도심 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버즈두바이(Burj Dubai)'다.

아랍어로 '두바이의 탑'이라는 뜻의 이 복합건물은 연면적 49만5867㎡에 162층,전체 높이 818m의 위용을 자랑한다. 기존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던 타이베이 금융센터(508m)를 한참이나 넘어서는 규모다. 현재는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사실 버즈두바이가 세계의 화두에 오른 것은 단지 높이 때문만은 아니다. 인류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최신의 신기술들이 집결한 '과학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다. 3일마다 한 층씩 쌓았다는 초스피드 공법, 54만t의 하중을 분산시켜 기울임을 막는 나선형 설계 등은 단연 화제를 낳았다.

증기,고온수,가스 등을 운반하는 배관시스템에도 첨단기술이 접목됐다. 특히 각 배관들을 다양한 모양으로 이어주는 신축이음관(Joint)은 각별히 신경 써야 했던 부분. 장거리 배관이 유독 많은 탓에 작은 비틀림 하나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안전성과 유지보수의 신속성이 관건이었다.

이 신축이음관을 납품,시공한 곳이 바로 국내 중소기업 조인트유창써멀시스템㈜(대표 안창엽 www.ycvalve.co.kr)이다.

이 회사의 배관망 제안이 버즈두바이에 채택된 때는 2006년 7월. 이후 2년간 슬립 조인트,볼 조인트,내압형 슬립 조인트 등 상당한 양의 신축이음관을 도맡아 설치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야말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술력을 세계에 떨친 셈이다.

국내에서는 신축이음관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독보적 기업이지만 해외 시공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조인트유창써멀시스템㈜. 이번 버즈두바이 시공 참여를 계기로 세계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눈에 띄게 쌓이면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가 버즈두바이에 납품한 제품들 중 볼 조인트와 슬립 조인트는 모두 국내 최초로 개발된 혁신기술로 만들어졌다.

볼 조인트는 장거리 배관 및 고층빌딩 배관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신축이음관. 이 회사 제품의 경우 장거리 배관 라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신축(伸縮) 현상,풍력에 의한 횡방향 변위량,배관 설계 및 시공 상태에 따른 비틀림 현상도 손쉽게 해결하는 것이 강점이다. 평면상의 변위뿐 아니라 입체적인 3차원 변위까지도 안전하게 흡수한다.

또 내압에 의한 반력이 발생하지 않아 집중 하중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구조물을 간단하게 설계하기에도 좋다. 신축량이 우수해 조인트의 설치 수량이 적게 들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국제지역냉난방협회(IDHCA)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신축이음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 최대 안전 규격 개발 인증기관 UL의 인증,중소기업청의 정부품질 성능 인증도 획득했다.

슬립 조인트는 역시 간판제품이다. 더블 타입 1200㎜까지 신축 흡수가 가능해 신축이 긴 장거리 배관에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내 · 외부의 수량을 줄일 수 있어 시공성이 우수하고 내 · 외부 충격에 강하다. 자기 윤활성 패킹의 주입으로 정기적인 보수를 할 필요도 없다. 또 슬립의 파열을 방지하기 위해 이음매 없는 파이프를 사용했다. 슬립 표면에는 내마모성과 내부식성의 강화를 위해 50마이크로미터의 경질 크롬도금을 했다. IDHCA는 이 제품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볼 조인트,슬립 조인트 제품이 '단연 최고'라고 찬사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타 회사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된 기술력,바로 '패킹(packing) 주입 타입'의 시공방식이다.

기존의 신축이음관은 하자가 발생되면 교체를 하는 것이 당연한 대응이었다. 유지보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교체작업을 위해 배관의 유체수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로 인한 손실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시공 중에도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패킹 주입 타입의 신축이음관은 업계에서 '신축이음관 하자는 곧 교체'라는 공식을 깨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 고온 고압의 증기가 새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그 구간만큼의 라인에 패킹 주입 형태로 이음관을 설치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관의 유체수송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강점. 이렇게 유지보수가 간편하고 빠르게 끝난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업계의 희소식이 됐다.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신축이음관의 수명 또한 배관과 동일하게 오래 간다. 이 회사는 여기에 하자보증 5년, AS 무상기간 10년의 서비스까지 더해 신뢰를 얻고 있다.

조인트유창써멀시스템㈜은 이러한 기술력과 서비스로 무수한 납품실적을 쌓으며 수많은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업체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 63빌딩,건대 스타시티,송도 더?t 퍼스트월드,부산 센텀시티,삼성동 코엑스, 여의도 SK 트레뉴 타워,신도림 테크노파크,목동 현대하이페리온,도곡동 타워팰리스 Ⅰ · Ⅱ · Ⅲ,서울상공회의소,대전 엑스포 스마트시티,제주 롯데호텔,인천국제공항,연세대 세브란스새병원,고려대병원,경희대,서울대,육군사관학교 등 전국 각 지역의 랜드마크에 이 회사의 제품이 시공됐다.

조인트유창써멀시스템㈜은 이제 국내에서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라있다. 해외에서는 버즈두바이를 계기로 이제 막 비상의 날개를 달았지만 국내 신축이음관 업계에서는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강자다.

사실 이 회사는 국내 신축이음관 산업의 기술역사를 도맡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4년 설립했고,5년 뒤 세계적 신축이음관 제조업체인 미국의 '어드밴스드 서멀 시스템즈(Advanced Thermal Systems Inc)'와 기술제휴를 맺으면서 선진기술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R&D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설립 초기 2종에 불과했던 신축이음관 종류는 10여 년 사이에 약 13종으로 확대됐다.

주력 제품으로는 볼 조인트 · 슬립 조인트 외에 특허를 받은 멀티 조인트 · 멀티싱크 조인트 · 커플링 볼 조인트,내압형 조인트가 있다. 모든 제품은 5만회 왕복의 유체 사이클 테스트도 통과해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또 업계 최초로 조인트 생산품목 일체에 대해 UL 인증을 받은 이후 한국가스안전공사 인증,조달청 우수제품 지정 등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저마찰형 흑연 써포트 등 보조제품까지 합하면 전제 제품군은 약 20종에 달한다.

어떠한 배관망에서도 안전성이 뛰어난 배관 엔지니어링 시스템 역시 으뜸으로 꼽힌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열응력 해석,지진 테스트 등의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굵직한 실적을 보유한 만큼 상복도 많다. 2007년 경기도 중소기업대상을 수상했고,지난해 제13회 김포시 중소기업대상과 경향신문의 유망기업선정 기술혁신경영부문 대상을 잇따라 받았다.

올해도 상복은 이어져 지식경제부로부터 생산성향상 우수기업부문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

[인터뷰] 안창엽 대표 "유지보수 가능한 신축이음관 전례 없어 고정관념 깨고 신뢰 얻느라 고생했지요"

"예전에는 신축이음관이 고장 나면 그냥 버려야 했습니다. 고쳐서 다시 쓸 수 없었던 거죠. 때문에 '신축이음관의 유지보수'는 성립이 안 되는 말이었어요. "

조인트유창써멀시스템㈜의 안창엽 대표는 "유지보수가 가능한 신축이음관을 개발한 것은 업계에서 혁명이나 다름이 없었다"며 "하지만 기발한 제품일수록 세상의 대접을 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듯 우리의 제품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기존 배관시스템에 대한 고정관념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제품에 대해 쉽사리 신뢰를 갖지 않았고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다.

게다가 이전 제품들과 달리 가격이나 공사비용이 좀 더 들어가다 보니 "가격이 다소 비싸도 수명이나 교체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쟁력 있다"는 설명으로 구매자를 설득시키는 데도 진을 빼야 했다.

"일단 설치된 제품을 눈으로 보여주고 성능을 확인시키는 것에 홍보의 초점을 맞췄다"는 안 대표. 그와 직원들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었고 납품실적은 눈에 띄게 늘어갔다. 사용업체들의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어느덧 업계에서는 '유창'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쌓였다.

안 대표는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품질 유지,신시장 개척 등의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매출 증대로 연결됐다"며 "이제는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연간 2개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기존 제품의 기능·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존 시장 확대와 신규 시장 창출의 두 토끼를 잡는다는 각오다. 우선 초고층 빌딩의 배관 엔지니어링 시장을 중점 타깃으로 삼을 예정이다. 매출 성장목표는 연 15% 이상으로 설정했다.

안 대표는 이 시대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에 대해 "환경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하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도전적인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발주자들에게도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신규 시장 개척에 힘써 동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