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시베리아산 원유가 동북아시아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 원유시장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3일 중동산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질도 좋고 수송비도 적게 드는 동시베리아산 원유가 내년부터 도입되면서 중동산 원유도 판매전략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타이셰트와 탈라칸 지역의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시베리아-태평양(ESPO) 송유관을 통해 내년 1분기부터 하루 25만배럴씩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정유사에 수출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송유관의 이름을 따 'ESPO유'라 불리는 이 원유의 수출을 2012년까지 하루 6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ESPO 송유관을 현재 중간 지점인 스코포로디노까지 완공했으며,2014년 극동지역 코즈미노 항구까지 연결할 예정이다. 여기서 한국 중국 일본으로 배를 통해 원유를 수출한다. 또 스코포로디노에서 중국 국경을 넘어 원유를 직접 공급한다는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중동산 원유가 지배하고 있는 아시아 원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 원유가 유조선을 통해 한국까지 도착하는 데 약 20일 걸리는 데 비해 러시아 극동항구에서 들여오는 원유는 3일에 불과,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고유황 중질유인 중동산 원유에 비해 ESPO유는 저유황 중질유로 품질도 괜찮다는 평가다. ESPO유의 초기 유황 함량은 0.6%로 나타나 오만산 원유(1.2%)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ESPO유의 수출을 본격적으로 늘리면 중동 산유국들은 가격 책정이나 원유 혼합비율 등 수출전략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