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K스트리트가 경제위기 속에서 갈퀴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K스트리트는 로비회사들이 몰려 있어 미국 로비산업의 중심지로 통칭되는 곳이다.

23일 로비활동 감시단체인 '센터 포 리스폰시스 폴리틱스'와 정치전문 인터넷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의 각 이익단체들이 K스트리트를 통해 미 의회와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 비용은 올 들어 지난 9월 말 현재 25억달러에 달했다. 로비가 왕성했던 4분기를 포함하면 지난해의 33억달러를 웃돌 것이 확실하다.

이 같은 호황은 로비 활동을 규제한 오바마 행정부가 오히려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로 부동산과 통신업계의 로비 활동이 줄어들고 등록된 로비스트의 숫자도 지난해보다 1500명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경기부양,의료보험,금융감독,기후변화 대응 등의 각종 개혁법안을 무더기로 추진하는 바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익단체들이 로비자금을 대량 살포한 것이다.

의보개혁 관련 이익단체들의 경우 3분기까지 모두 4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25억달러 중 16%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제약업계 이익단체인 PhRMA는 이 기간에 지난 한 해와 맞먹는 2020만달러를 사용했다. 신용카드노조협회는 금융감독개혁 법안과 관련해 올 들어 9월까지 지난해보다 많은 약 65만달러를 로비에 썼다. 아메리칸대학의 제임스 터버 교수는 "1973년 이래 이익단체들이 올해처럼 활발하게 활동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