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에게 끌려갈 뻔한 초등 여학생이 어른스러운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를 벗어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3일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 A(11)양은 지난 9월16일 오후 3시 강북구 미아동의 한 거리에서 학원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근에 사는 백모(36)씨가 A양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더니 손목을 잡고는 우악스럽게 갑자기 도로 쪽으로 잡아끌었다.

A양은 "왜 이러느냐"며 저항했지만 백씨는 길가에 택시를 잡아 놓고 A양을 억지로 태우려 했다.

행인도 없던 거리에서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찾던 A양은 백씨의 눈을 피해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

그리고선 단축번호를 눌렀고, 전화는 곧바로 A양의 어머니에게로 이어졌다.

A양은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날 억지로 택시에 태우려고 한다"며 급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천만다행으로 가까운 곳에 있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며 달려나왔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평소의 준비와 교육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 것이다.

백씨는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에도 "내 딸인 줄 알았다"며 변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결국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백씨를 기소한 검찰 관계자는 "미수로 끝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당황해서 침착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은데 A양의 대처가 좋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