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채권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3차 신용위험평가에서 119곳이 퇴출 대상에 오르는 등 225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추가됐다. 정부는 영업이익이 대출이자를 갚기에도 벅찬 한계기업은 제외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25곳 구조조정 대상 선정

금융감독원은 22일 채권은행들이 184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3차 신용위험 평가를 한 결과 12.2%인 225개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평가대상은 외부감사를 받는 여신 규모 10억원 이상~3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과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3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이다.

225개 중 106곳은 C등급(워크아웃)을 받았고,119곳은 D등급(퇴출)을 받았다. D등급에 대해서는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을 회수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1조9000억원으로 모두 2992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퇴출 대상은 지난 1,2차 평가에 비해 급증했다. 지난 7월 1차 평가 때는 D등급이 36곳,9월 2차 평가에서도 66곳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1,2차 평가를 합친 것보다 숫자가 많았다. C등급은 1차 77곳,2차 108곳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 평가를 받은 4164곳 중 512곳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1,2차 때 C등급을 받은 185개사 중 96개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53개사는 이미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C등급을 받고도 자구 계획안을 내지 않는 기업에 대해 신규 여신 중단,대출금 회수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엔 보증 연장 안 한다

정부는 더 이상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는 올 2월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 전액(약 160조원)을 만기 연장해주고,수출기업 등에 대해선 100% 보증을 해줬다.

이 결과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나아졌지만 영업은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국내 제조업체의 32.7%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 1 미만이었다. 3곳 중 1곳이 영업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았다는 얘기다. 중기대출 연체율도 지난 10월 말 1.85%로 2007년 말의 1.0%에서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만기 연장 및 보증 확대 조치를 지속하는 것은 시한폭탄을 끌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부는 △2년 연속 총차입금이 매출액을 초과하는 기업 △2년 연속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기업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 등 한계 중소기업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에 대출 보증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기로 했다. 또 채권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있는 중소기업을 상시 구조조정하도록 요구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