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냉장고 세탁기를 만드는 폴란드의 중견 가전업체 아미카를 인수했다. 2015년까지 유럽 가전시장 1위에 등극,휴대폰 TV에 이어 생활가전 사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삼성이 해외 기업의 가전 생산시설을 직접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아미카의 냉장고 · 세탁기 공장과 생산설비,인력 등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드를 제외한 자산과 인력 등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 금액은 7600만달러(한화 870억원 상당)다. 아미카는 65년 전통의 가전 제조회사로 지난해 매출 4억여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냉장고 45만대,세탁기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미카를 인수한 것은 생활가전 사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과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멕시코 등 5개국에서 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 판매량의 대부분은 중국과 동남아 공장에서 담당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유럽 내 생산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제품 공급 기간을 4주 이상 줄이고 물류비용도 대거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폴란드 공장을 유럽 전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지에서 생산할 품목으로는 유럽 16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양문형 냉장고와 프리미엄 제품인 대용량 드럼세탁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생활가전을 이끄는 주력 제품의 생산을 확대,유럽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연 500억달러 규모의 유럽 가전시장에서는 일렉트로룩스 밀레 필립스 등 유럽계 기업들과 삼성 LG 등 한국계,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계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 10%를 넘기면 1위에 오를 정도로 다수의 업체가 점유율을 나눠 갖는 혼전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TV와 휴대폰에서 유럽 시장의 리더로 성장했듯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명품 브랜드와의 경쟁을 본격화,2015년까지 이 분야 유럽 시장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구주총괄 신상흥 부사장은 "폴란드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삼성의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향후 유럽 가전시장 최고의 위치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