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물만 내놓은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중국과 기후변화회의 회의론자들,덴마크 경제가 이번 회의의 ‘위너(승자)’로,지구와 재생에너지 기업,탄소배출권 거래업자들이 ‘루저(패자)’로 지목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이번 코펜하겐 총회는 수많은 해결 과제들만 남겼다”면서 “별다른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승자로,에너지 기업들과 탄소거래 관계자들은 명확한 패자가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야기했다고 믿지 않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이번 총회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연하면서도 고소한 일”이라며 합의 실패를 즐겼을 것이란 분석이다.또 코펜하겐으로 전세계에서 수많은 정치지도자와 회담관계자,언론인들이 모여들게 됨에 따라 덴마크 숙박업계,요식업계는 환호성을 질렀고 덕분에 덴마크 경제도 당당히 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합의 실패의 최대 수혜자로는 중국이 꼽혔다.FT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막강한 협상능력을 발휘,어떤 의무도 부담도 지지않게 돼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과실을 챙겼다”고 평가했다.독일 슈피겔도 “이번 합의 실패로 중국은 최고로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며 “중국은 코펜하겐의 대실패를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최대 피해자로는 우선 기후변화 위기가 방치된 지구가 지목됐다.이와 함께 탄소거래 관계자들도 패자의 멍에를 썼다.이번 회의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문이 마련되면 기후관련 투자가 늘어나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기대됐던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잠재적 미래고객은 물론 당장의 고객들조차 놓칠 위기에 처했다.

특히 환경분야에서 선도적 투자를 감행해온 유럽 기업들의 당혹감이 컸다.로열더치셸이나 이온 등 유럽 에너지 기업들은 “기업들이 이미 많은 선행투자를 했는데도 이번 회담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환경산업 강국인 독일 언론들도 이번 회담결과에 대해 ‘대재앙’,‘대실패’등의 용어를 쓰며 아쉬움을 표시했다.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이미 환경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한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되는 꼴이 됐다”며 “이제 기업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