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시멘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해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에 비해 시멘트 소비가 매우 높다는 이유로 '시멘트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오명은 대부분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 점은,인류문명이 무려 2000년 넘게 시멘트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이다. 로마의 판테온신전,콜로세움,아피안 대로 등은 겉보기에는 대리석이나 석재로 마감돼 있지만 마감재를 걷어내고 그 속을 보면 한결같이 포졸란 성분의 시멘트(콘크리트)로 채워져 있다. 다시 말해 로마문명은 시멘트로 일어서고 유지됐고,지금도 그 후광으로 매년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다. 로마 이후에도 시멘트는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인류의 번영과 함께해 왔다.

현대식 시멘트인 포틀랜드시멘트는 19세기 초 영국에서 발명됐다.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보다 많이,빠르게 도시기반시설의 건설이 필요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촉발시켰다면 이 기관차를 유럽대륙을 넘어 온 세상으로 질주케 했던 배후에는 시멘트 콘크리트에 의해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인구당 도로 연장(㎞/1000명)은 한국이 2.14인데 비해 OECD 평균은 15.89이다. 무려 7배가 넘는다. 이 사실은 우리가 선진국의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 기간 더 많은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시멘트 콘크리트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가 않다. 최근 각종 건설사업과 관련해 시멘트의 사용은 일부지만 마치 경제개발 당시의 구시대적 발상으로 인식되곤 한다. 이는 '시멘트는 친환경과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육상 및 해양생물의 서식환경을 확보해 주는 식생 콘크리트,해양오염을 줄일 수 있는 무공해성 방오(防汚)콘크리트 등 외부 환경변화에 특화된 시멘트 콘크리트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수요에 대비해 나가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시멘트는 변함없이 인류문명과 찰떡궁합의 영원한 콤비인 것이다.

박원호 우인엔지니어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