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해외펀드 대량환매는 기우에 그칠 전망이다. 연말 해외펀드 비과세 종료를 앞두고 이달 들어 환매가 늘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추가 상승하지 않는 한 내년 1월까지 2조원 정도가 추가로 환매되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신규 유입분을 고려하면 자금이탈 규모는 많아야 7000억원 수준이라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 업계에 따르면 해외펀드 환매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이달 15일까지 6조3000억원이 환매되고 3조6000억원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2조6000억원이 유출됐다. 홍콩H주에 투자하는 중국펀드에서 가장 많은 9800억원이 유출됐으며 브릭스펀드에서도 7500억원이 빠져 나갔다. 반면 중국 본토(1200억원)와 러시아(660억원) 브라질(210억원)펀드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개별 펀드별로는 브릭스펀드의 원조격인 '슈로더브릭스'에서 가장 많은 2900억원이 유출됐으며 신한BNPP봉쥬르차이나,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슈로더차이나그로스 등 대형 펀드들의 자금유출 규모가 컸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브라질과 중국 본토펀드를 제외하면 해외펀드 바람이 분 2007년에 거치식으로 자금을 맡긴 투자자들은 여전히 20~30%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7월 이후 환매된 자금의 80%는 이익을 보고 있는 적립식이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환매는 차익 실현성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해외펀드 순유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나 브릭스펀드의 경우 2007~2008년에 가입해 꾸준히 납입해온 투자자는 대부분 수익을 내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연말 비과세 일몰로 인해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환매가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하루평균 300억원 수준이던 환매 규모가 연말이 가까워지자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해외펀드는 내년까지 과세가 유보된 만큼 중국이나 브릭스 증시가 큰 폭으로 올라 거치식 투자자들이 원금 회복 구간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환매 규모가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 수석연구원은 "적립식 17조원 중 25%가 최근 손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순자산 42조원 중 적립식은 17조원이며 거치식은 25조원을 차지한다.

그는 올 하반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5~40% 정도의 손바뀜이 일어난 후 환매가 진정된 점을 감안할 때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한 두달에 걸쳐 2조원 정도가 추가로 환매가 진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3개월간 월평균 7000억원 이상의 신규자금 유입된 걸 빼면 순유출은 6000억~7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경우 환매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과 브릭스가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의 약 55%를 차지한다"며 "해외펀드의 본격적인 환매는 이들 지역에 투자한 거치식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도 "뭉칫돈을 넣는 고액자산가의 경우 해외펀드에 투자할 경우 자칫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수 있어 해외펀드의 추가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세 부담에 따른 신규 자금 유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원금을 회복한 펀드 환매가 본격화되면 자금이탈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자금이 국내로 회귀하면서 국내 증시에는 도움을 줄 전망이다. 오 팀장은 "해외펀드 자금 유출이 어느 정도는 국내 주식형펀드 수급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