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향후 2년간 1억달러 정도를 한국에 투자하겠습니다. "

리처드 힐 신임 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SC제일은행장은 취임 하루 전인 1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소감을 한국어로 얘기했다. 7분간 미리 준비한 한글 소감문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던 그는 "한국은 내년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이 된다"면서 "SC그룹은 2005년 이후 5조원가량 투자했으며 한국과 계속 동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힐 행장은 "2년간 한국에 1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며 이는 6개월마다 25개의 영업점을 낼 수 있는 자금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년간 SC제일은행은 한 번도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으며 이를 재투자에 사용해왔다"면서 "이전처럼 부동산을 매각해 거둔 수익을 앞으로도 재투자에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서울 우이동에 있는 연수원을 팔아 영업점 투자와 증권사 설립 자금에 사용한 바 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임대(리스)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재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힐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의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은 것과 관련, "때로는 (감독당국과) 이견을 보였지만 이는 건전한 관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사 간 갈등에 대해서도 "부행장 시절부터 노조원들과 축구도 같이 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서 "SC제일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생기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엑세터대에서 의료물리학을 전공한 힐 행장은 2006년 1월 SC그룹에 입사하기 전까지 19년 동안 주류업계에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주류업체에서 영업,마케팅,재무담당 관련 업무를 맡았고 SC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는 싱가포르 주재 소매금융본부 재무담당최고임원(CFO)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한국으로 건너와 SC제일은행 부행장 및 CFO로 지냈다.

한편 2007년부터 SC제일은행을 이끌어온 데이비드 에드워즈 전 행장은 이날 퇴임하고 SC지주 및 SC제일은행 이사회 부의장(비상임)직을 새로 맡게 됐다. 그는 "재임 시절 외국계 금융회사로서 처음으로 금융지주사를 설립한 것과 두드림통장,드림팩 등의 창의적 상품을 만든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서 지내며 1년에 여섯 차례 정도 한국을 방문해 은행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