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예산안을 놓고 대치 끝에 날치기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한쪽에서라도 철벽을 허물고 협상의 숨통을 트고 싶었다. "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이낙연 위원장(57 · 사진)은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임위는 예산 예비심사를 충실히 하고 이를 예결위,본회의에 넘겨 최종 확정하는 것이 올바른 국회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4일 농수산위에서 넘긴 17조6854억원 중 4대강 관련 예산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예산(4066억원)을 통과시킨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었다는 것이다.

"당론에 반한 것으로 당혹스럽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 표명에 이 위원장은 "여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수지 둑 사업 예산의 17.2%인 700억원을 4대강이 아닌 지역의 농업용 저수지 보수에 투입하기로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위원장은 "아주 협상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안건은 협상하다 보면 타협점이 찾아진다"며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지만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여당은 대통령의 뜻이 분명한 4대강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부담감을,야당은 어찌됐건 4대강 예산을 통과시켜 준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어서 서로 합의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내가 서로 부담을 안고 가자.절벽 대치로 가지 말고 최우수 위원회다운 면모를 보여주자.나로서도 부담스럽다고 말하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둘 다 부담스럽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그 부담이 서로에게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완승,완패가 아닌 승패를 나누는 게 중재"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위원장은 작게 보면 쇼의 MC이기 때문에 자기가 노래 부르려 하면 안 되고 가수들을 잘 소개시켜 줘야 하고 크게 보면 중재자,견인자로서 이견을 조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선택한 것이고 절벽 대치로만 간다면 몰라도 누군가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면 내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입법,예산심의,국정감사 이 세 가지 역할을 통해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고 그게 의회정치"라고 강조했다. 국회 파행에 대해 "참 가슴 아프고 불행한 일"이라며 "야당이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싸우는 게 처음부터 싸우는 것보다 국민들로부터 '할 만큼 했구나' 하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지금보다 훨씬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