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YES24의 장수비결…총알탄 당일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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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가격을 능가한다
15일 오전 10시35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YES24 물류센터.출력기에서 '찌직~' 소리를 내며 책 주문서가 찍혀 나온다.
주문이 들어온 책은 소설가 신경숙씨가 쓴 '엄마를 부탁해'다. 주문량은 한 권.주문서를 받아든 물류센터 직원이 빠른 몸놀림으로 서고로 향한다. 그는 재빠르게 책을 찾아 포장한다. 삽시간에 책 포장 위에 받는 이의 주소가 찍힌다.
포장된 책은 오전 11시 출발 예정인 택배회사 차량에 실린다. 주문서를 접수한 지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책은 이미 독자를 향해 달려갔다. 주세훈 YES24 기획지원본부장은 "이것이 오전에 책을 주문해 오후에 받아 보는 YES24 총알 배송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의 돌파구는 '속도'
1998년 국내 최초 인터넷 서점으로 문을 연 YES24.10년 넘게 인터넷 서점 1위 자리를 유지해 온 비결을 묻자 회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속도"라고 답했다. 주문받은 지 20분 만에 책을 포장해 택배회사로 넘겨 주는 시스템이 YES24가 성공한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속도전에 능했던 것은 아니다. 회사를 설립한 뒤 국내에 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책을 사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어난 고객만큼 경쟁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터넷 서점들이 출혈경쟁에 시달린 건 당연지사.선발주자였던 YES24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책을 팔아야만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결과는 뻔했다.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창업주는 결국 YES24를 내놓고 말았다. 2003년 이를 인수한 이가 김동녕 당시 한세실업 회장(현 한세YES24 회장)이다. 새 주인을 맞으면서 YES24는 변신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가장 먼저 '출혈경쟁 중단'을 선언했다. 대신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찾아낸 돌파구가 '속도'였다.
독자들은 빠른 배송을 원했다. 얼마나 빨리 책을 배달하느냐가 회사의 신뢰를 좌우했다. 책 주문이 들어오면 모든 임직원이 창고로 달려가 책을 찾곤 했다. 열정은 남달랐지만 방법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책 한 권을 배달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뛰어다녔으니 생산성이 형편 없었다.
김 회장은 빠른 도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열정만으로 독자들의 빠른 배송 요구를 맞추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PDA(개인휴대용정보단말기)를 사용해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쉽게 찾고 기록할 수 있는 YES24만의 독자적 시스템이다. 빠른 배송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속도는 고객을 춤추게 한다
YES24가 구축한 독자 시스템은 2007년 10월 이후 더욱 빛을 발했다. 책값 과다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간 서적을 10%만 할인하도록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가격 경쟁의 길이 완전히 막혔다. YES24는 '총알배송'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YES24는 독자 시스템과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자동 배송 기계를 함께 사용했다. 기계는 자동으로 책을 선별해 포장한 뒤 택배 차량에 넘겨준다.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도 많았다. 책 규격이 제각각이었다. 달력과 화장품 등 각종 경품을 끼워주는 잡지도 수두룩했다. 툭하면 에러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YES24는 기계를 버렸다. 대신 자체 개발한 PDA시스템으로 무장한 '배송 전문가'를 믿기로 했다.
창고에 꽂혀 있는 책을 빠르게 분류하고 포장하기 위해 직원들의 동선을 쉴 새 없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연했다. 1년 정도가 지난 2008년 10월.주문을 받으면 당일 배송하는 '총알배송'을 시작했다. 400여명의 물류창고 직원들은 기계보다 빨리 움직이며 주문 접수 20여분 만에 포장을 마치는 달인으로 변신했다. 박은미 YES24 마케팅팀 대리는 "총알배송 실시로 2008년 2996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369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총알배송' 뒤에 숨어 있는 인센티브
YES24 직원들이 하루가 넘게 걸리던 포장 시간을 20여분으로 줄인 것은 탄탄한 인센티브제도 한몫했다. 택배업체의 배달 속도는 거의 모든 회사가 동일하기 때문에 주문 접수에서 포장까지 이르는 시간을 줄여야만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회사는 그날 그날의 실적을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직원들도 매분기 말이 되면 아침 저녁으로 가입자 수,매출,주문량 등의 실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분기마다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상여금을 주겠다는 회사 측의 약속 때문이었다. 한 직원은 "아침에 출근해 실적을 확인해 보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한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팀이나 부서별로 목표를 달성하면 해당 팀과 부서에 상여금이 돌아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스템의 정착으로 YES24 전 직원은 지난 1분기와 3분기에 상여금을 받았다. 모든 직원이 목표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세훈 본부장은 "최근 천안 일대까지 하루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빠른 배송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서점 1위 자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주문이 들어온 책은 소설가 신경숙씨가 쓴 '엄마를 부탁해'다. 주문량은 한 권.주문서를 받아든 물류센터 직원이 빠른 몸놀림으로 서고로 향한다. 그는 재빠르게 책을 찾아 포장한다. 삽시간에 책 포장 위에 받는 이의 주소가 찍힌다.
포장된 책은 오전 11시 출발 예정인 택배회사 차량에 실린다. 주문서를 접수한 지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책은 이미 독자를 향해 달려갔다. 주세훈 YES24 기획지원본부장은 "이것이 오전에 책을 주문해 오후에 받아 보는 YES24 총알 배송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가격경쟁의 돌파구는 '속도'
1998년 국내 최초 인터넷 서점으로 문을 연 YES24.10년 넘게 인터넷 서점 1위 자리를 유지해 온 비결을 묻자 회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속도"라고 답했다. 주문받은 지 20분 만에 책을 포장해 택배회사로 넘겨 주는 시스템이 YES24가 성공한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가 처음부터 속도전에 능했던 것은 아니다. 회사를 설립한 뒤 국내에 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책을 사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어난 고객만큼 경쟁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터넷 서점들이 출혈경쟁에 시달린 건 당연지사.선발주자였던 YES24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책을 팔아야만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를 반복하다 보니 결과는 뻔했다.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창업주는 결국 YES24를 내놓고 말았다. 2003년 이를 인수한 이가 김동녕 당시 한세실업 회장(현 한세YES24 회장)이다. 새 주인을 맞으면서 YES24는 변신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가장 먼저 '출혈경쟁 중단'을 선언했다. 대신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찾아낸 돌파구가 '속도'였다.
독자들은 빠른 배송을 원했다. 얼마나 빨리 책을 배달하느냐가 회사의 신뢰를 좌우했다. 책 주문이 들어오면 모든 임직원이 창고로 달려가 책을 찾곤 했다. 열정은 남달랐지만 방법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책 한 권을 배달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뛰어다녔으니 생산성이 형편 없었다.
김 회장은 빠른 도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열정만으로 독자들의 빠른 배송 요구를 맞추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PDA(개인휴대용정보단말기)를 사용해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쉽게 찾고 기록할 수 있는 YES24만의 독자적 시스템이다. 빠른 배송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속도는 고객을 춤추게 한다
YES24가 구축한 독자 시스템은 2007년 10월 이후 더욱 빛을 발했다. 책값 과다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간 서적을 10%만 할인하도록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가격 경쟁의 길이 완전히 막혔다. YES24는 '총알배송'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YES24는 독자 시스템과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자동 배송 기계를 함께 사용했다. 기계는 자동으로 책을 선별해 포장한 뒤 택배 차량에 넘겨준다.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도 많았다. 책 규격이 제각각이었다. 달력과 화장품 등 각종 경품을 끼워주는 잡지도 수두룩했다. 툭하면 에러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YES24는 기계를 버렸다. 대신 자체 개발한 PDA시스템으로 무장한 '배송 전문가'를 믿기로 했다.
창고에 꽂혀 있는 책을 빠르게 분류하고 포장하기 위해 직원들의 동선을 쉴 새 없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연했다. 1년 정도가 지난 2008년 10월.주문을 받으면 당일 배송하는 '총알배송'을 시작했다. 400여명의 물류창고 직원들은 기계보다 빨리 움직이며 주문 접수 20여분 만에 포장을 마치는 달인으로 변신했다. 박은미 YES24 마케팅팀 대리는 "총알배송 실시로 2008년 2996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369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총알배송' 뒤에 숨어 있는 인센티브
YES24 직원들이 하루가 넘게 걸리던 포장 시간을 20여분으로 줄인 것은 탄탄한 인센티브제도 한몫했다. 택배업체의 배달 속도는 거의 모든 회사가 동일하기 때문에 주문 접수에서 포장까지 이르는 시간을 줄여야만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회사는 그날 그날의 실적을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직원들도 매분기 말이 되면 아침 저녁으로 가입자 수,매출,주문량 등의 실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분기마다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상여금을 주겠다는 회사 측의 약속 때문이었다. 한 직원은 "아침에 출근해 실적을 확인해 보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한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팀이나 부서별로 목표를 달성하면 해당 팀과 부서에 상여금이 돌아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스템의 정착으로 YES24 전 직원은 지난 1분기와 3분기에 상여금을 받았다. 모든 직원이 목표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세훈 본부장은 "최근 천안 일대까지 하루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빠른 배송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서점 1위 자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