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향 조정이 봇물을 이뤘던 상장사들의 신용등급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연말까지 진행되는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과 재무구조 변화를 반영한 기업어음(CP) 정기 평가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하반기 들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대거 상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기 평가에서도 4~5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회사채 및 CP 등급이 존재하는 190개 상장사 중 신용등급이 낮아진 기업은 7개에 불과한 반면,등급이 상향 조정된 기업은 2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향 기업 수(22개)가 상향 기업 수(18개)를 웃돈 것과는 크게 대조적인 양상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등급이 낮아지는 추세였지만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기업 실적이 늘면서 하반기에만 16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 고위 관계자는 "작년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의 여파로 연말 정기 평가에서 무려 13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됐다"며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점에서 올해 정기 평가 결과는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무더기로 떨어졌던 건설 관련 업체들의 신용등급 회복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미 GS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지난 9월 수시 평가에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AA-'로 복귀했고 작년 말 'A3-'로 한 단계 떨어졌던 쌍용양회의 CP 등급도 'A3'으로 다시 올라섰다. 건설업종을 담당하는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들은 "공공 부문 투자가 늘어나는 등 건설업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작년 등급으로 회귀하는 업체가 한두 곳 정도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평가에 이어 내년 초 이뤄질 산업평가에서 건설업종의 신용위험도가 '매우 높음'에서 한 단계 낮아질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SK네트웍스삼성SDI 국도화학 KTB투자증권 등 등급전망이 '긍정적'인 기업이 4곳이나 돼 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방종욱 대우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경기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어 업황이 좋아지는 기업은 이번 정기 평가에서 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BBB+' 등급으로 밀려난 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흑자 전환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이슈도 완화되고 있어 등급전망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 상반기 경기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고 기업별로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신용등급의 차별화 양상도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