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동차기업인 폭스바겐이 일본 소형 자동차회사인 스즈키 지분 20%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다.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폭스바겐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부상한다.

스즈키는 내년 1월 폭스바겐 측에 지분 19.9%를 2500억엔(약 3조3000억원)에 팔 계획이라고 9일 발표했다. 또 폭스바겐으로부터 받을 매각대금 중 절반은 폭스바겐 주식 매입에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즈키가 폭스바겐에 넘기는 주식은 지난해 스즈키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제휴를 청산하면서 되사들였던 지분이다.

자본제휴가 완료되면 폭스바겐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업체가 된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세계 판매는 3위,스즈키는 9위로 두 회사를 합쳐도 도요타에 뒤졌지만 올 상반기엔 폭스바겐이 312만1000대,스즈키가 115만대 등 모두 427만1000대를 팔아 도요타(356만4000대)를 제쳤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폭스바겐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강한 스즈키의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고,스즈키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서 앞선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도입할 수 있다. 엔도 코지 어드밴스드리서치재팬 대표는 "폭스바겐은 앞으로 고급 세단에서부터 트럭까지 모든 차종을 생산하는 백화점이 될 것"이라며 "이는 도요타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바겐의 스즈키 지분 인수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프랑스의 자동차업체인 푸조시트로엥(PSA)도 2000억~3000억엔(약 2조6000억원~3조9000억원)에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 30~50%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세계 8위인 푸조와 15위인 미쓰비시가 합쳐지면 판매대수는 연간 445만대로 현대자동차(420만대)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서게 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