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 부인 등 상류층을 포함해 7000여명으로부터 부동산 개발사업 명목으로 3000여억원을 투자받아 가로챈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 기획부동산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김학석)는 부동산개발을 내세워 불법 부동산펀드를 운용해 온 E사 사장 최모씨(54) 등 7명을 구속기소(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위반 등)하고 도피 중인 E사 회장 양모씨(63) 등 7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E사는 강원도 횡성,제주도 서귀포,경북 울진 등 일대 10곳에서 개발이 어려워 값이 싼 토지를 사들인 후 1999년부터 올해까지 테마파크 개발사업을 명목으로 투자자 총 7000여명을 모집했다.

이 회사는 텔레마케터 600여명을 고용해 동창회 명부 등에서 입수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투자세미나 등 행사를 열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펀드'로 광고했으나 수사결과 해당 관청에서 펀드와 관련한 인 · 허가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은 "3년 이내에 테마파크 사업을 끝내 원금의 3~5배 이상을 주고,개발이 되지 않으면 원금 및 연이율 이자 10%를 돌려주겠다"는 회사 측의 말을 믿고 1인당 최소 3000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주로 가정주부,회사원,퇴직 공무원 등이었지만 전직 장관 부인,변호사,의사,교수 등 상류층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사는 이렇게 모집한 투자금 3000여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투자유치 직원에 대한 수수료와 영업비용 등으로,나머지 1000억원은 경영진 개인용도와 관계사 대여금 등으로 유용했다. 부지구입비 등 사업비로 사용된 자금은 1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지 10곳 중 9곳은 인 · 허가 절차도 밟지 않는 등 대부분 개발 사업이 전혀 진행하지 않았으며 착공된 한 곳도 공사가 2년 이상 중단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격렬하게 항의한 일부 투자자들을 제외하고는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현재 회사 법인계좌나 차명계좌에는 자금이 한푼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김모씨(48 · 여 · 간호사)는 "투자금을 반환받기 위해 30여회에 걸쳐 본사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말로만 변제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주지 않았다"며 "회사 앞에 앉아 항의하자 오히려 영업방해죄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사로 인한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특정 임야가 곧 개발될 것처럼 허위 개발정보로 속여 95명에게서 5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S사 대표 정모씨(53)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K사 회장 홍모씨(52) 등 19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12개 기획부동산 업체를 적발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