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인금속가구조합(이사장 허성회)은 올초 설립한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최근 'ix 시리즈'란 이름의 의자를 첫 작품으로 내놨다. 조합원(기업)의 개별적인 개발 능력으로는 제품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조합이 디자인 개발에서 생산 판매까지 총괄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조합은 30개 가구전문 생산업체와 공동으로 조달청과 MAS(다수공급자) 계약을 추진하고 공동판매마케팅에 나서 총 2000여 품목의 MAS계약을 성사시켰다.

허성회 이사장은 "서로 경쟁하는 전문 가구업체들이 공동마케팅을 펼친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조합을 주축으로 조합원 역량을 결집시킨다면 정부 조달시장은 물론 국내 가구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공서 납품 등 단체수의계약에 의존했던 중소기업 조합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등 변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07년 단체수의계약이 폐지된 이후 재료 공동구매와 제품 공동판매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던 조합들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 공동개척 등 다양한 자구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단체수의계약은 공공기관이 대상품목으로 지정된 물품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협동조합과 계약을 체결하고,조합이 소속 조합사에 배정하는 제도였다.


중소기업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단체수의계약은 중소기업의 최대'보호막'인 동시에 각 협동조합의 존립 기반이었다"며 "앞으로 이를 대체할 수익모델을 찾느냐 못찾느냐에 따라 950여개 중소기업 조합의 명암이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기계협동조합(이사장 한상헌)은 해외 공동마케팅으로 조합원들을 돕고있다. 조합은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경험 부족과 판매망 부재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 대행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조합의 해외업무 실무자가 사전 조사에서 바이어 발굴은 물론 상담,수출계약 추진,대금회수까지 원스톱(one stop) 서비스 방식으로 총괄 지원한다. 이 덕분에 회원사들은 종전 단체수의계약 시절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농기계협동조합 관계자는 "처음에는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인한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출대행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잇단 수출계약을 통해 내수기업들이 수출기업으로 속속 탈바꿈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기계협동조합 수출대행 사업에 참여한 34개 기업은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11개국에 농기계를 수출 중이다. 조합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500만달러의 수출대행 서비스 실적을 올렸다.

한국연식품공업협동조합연합회(회장 최선윤)는 올초 업계의 숙원 사업인 두부용 콩의 직수입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큰 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전량 수입한 후 각 조합에 공급해왔다.

이 같은 방식의 문제점을 느낀 연합회는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직수입으로 인한 원료가 인하 효과 및 두부 제조에 적합한 콩수입 필요성 등 명분을 내세워 정부로부터 전체 콩 수입물량 10만t 중 1만5300t의 직수입권을 따냈다. 연합회는 미국 현지 생산업체와의 계약재배,다양한 수입처와의 입찰 방식을 동원해 국내 공급가를 낮추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공급가 인하뿐만 아니라 공급량을 업계 요구대로 탄력적으로 조절하면서 조합원의 이익 창출 및 관련 업계 발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직수입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