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은 특성상 규제가 강해 정부 정책과 감독방향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희비쌍곡선이 뚜렷하게 그려진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각각 ‘정책’과 ‘감독’이라는 절대적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관기관으로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시장을 받치는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옛 증권감독원 1982년 입사자 ' 가교회'

금감원에서는 ‘가교회’가 핵심 축으로 꼽힌다.가교회는 옛 증권감독원 시절인 1982년에 입사한 공채 4기의 별칭이다.1999년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등과 통합해 금감원이 출범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자본시장 관련 요직에는 예전의 증감원맨들이 포진해있다.

자본시장 감독정책을 총괄하는 송경철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과 시장·투자자간 연결통로인 공시파트를 맡고 있는 박원호 기업공시본부장(부원장보)이 핵심멤버다.

지금은 감독원을 떠나 로펌 등으로 나가 있는 정용선 박광철 박찬수씨 등도 임원을 지냈던 동기들이다.
동기생중 5명이나 이른바 ‘별’을 단 셈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틀어 한 기수에서 5명의 임원을 배출한 사례는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며 실력을 쌓았기도 했지만 가교회에 운도 따랐다는 평가다.통합 금감원 출범 초기는 은감원쪽에서 주도권을 쥐어 증감원 출신이 상대적으로 위축됐지만, 자본시장이 4~5년 전부터 급성장하고 정권도 바뀌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국장·팀장급이던 가교회 멤버들이 잇따라 임원으로 승진했다는 관측이다.

금감원에선 한때 연세대와 호남 인맥이 강세였지만 새 정부 출범후 고려대와 영남 출신이 세를 키우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팀장 이상 간부 72명중 고려대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다.이어 연세대(10명), 서울대 (6명)가 뒤를 잇는다.전공별로는 상대가 44명으로 61%로 압도적이고,법대가 15명으로 두번째로 많다.

◆금융위는 행시 25회가 주축

금융위에선 행시 25회가 자본시장 관련 핵심 국장에 포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장과 관련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김주현 상임위원과 실무 총책임자인 홍영만 자본시장국장, 차기 자본시장국장으로 유력한 조인강 기획조정관이 이 기수다.

증시를 포함한 금융시장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핵심요직인 추경호 금융정책국장도 동기다.

이들의 행시합격과 수습사무 발령 시점이 가교회 멤버들의 증감원 입사시기와 같은 1982년이라는 점도 묘한 인연이다.금융위는 서울대 출신이 70~80%로, 다른 부처에 비해서도 비율이 높다는 평가다.
진동수위원장은 법대(서울대)를 나왔지만 전공은 대부분 상대다.


◆협회·거래소에도 관료출신 포진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도 관료출신 임원들이 꽤 된다.금투협은 임원 8명중 5명이나 된다.수장인 황건호 회장은 증권맨이지만, 장건상 부회장(행시 20회)과 안광명 자율규제위원장(행시 21회)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경제관료들이다.

최봉환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도 행시 23회 출신이지만, 고참 사무관때 일찌감치 업계로 나와 고려증권 대표를 지내는 등 민간 경력이 오래된다.통합전 자산운용협회 부회장을 역임해 전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최규윤 자율규제본부장은 금감원 출신으로 지난 2월 협회 출범때 옮겨왔다.

해박한 업무지식과 리더십으로 위아래의 신망을 얻었다는 평가다.한국은행에서 출발한 백명현 본부장은 금감원,외국계 회사 등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파생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박병주 증권서비스본부장과 김동연 경영전략본부장은 옛 증권업협회 공채 출신 실력파들로 핵심 보직을 맡으면서 후배들까지 다독이는 ‘1인 다역’을 맡고 있다.한국거래소는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본부장 5명 가운데 4명이 관료 출신이다.

이철환 시장감시위원장(행시 20회)은 재경부 국고국장,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작년 3월부터 자리를 맡고 있다.이창호 이사장 직무대행(21회·경영지원본부장)은 재경부 재정전략실장,통계청장을 역임했다.

박상조 코스닥본부장과 전영주 파생상품본부장도 재경부 등에서 일하다 거래소와 인연을 맺었다.

백광엽/박해영/서정환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