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시모토 바나나 "내 소설이 상처입은 영혼에 치료약 됐으면…"
"제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느낌을 받았으면 해요. 민감한 사람들,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약을 처방해주는 듯한 글이라고 생각해요. "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45 · 사진)는 섬세하고 잔잔한 감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작가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키친》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독일,프랑스 등 전세계 30여개국에서 번역되어 200만부가 넘게 팔렸다.

국내에서도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 등의 작품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상처입은 사람들이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부드럽고 따뜻한 필치로 펼치는 게 그의 장기다.

《데이지의 인생》(김난주 옮김,민음사)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두 번째로 방한한 그는 "청춘을 괴롭게 지나면서 남들이 못본 척하는 것들을 인식하게 됐다"면서 "사람들이 제 글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외면했던 무언가를 기억해내고 치유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요시모토는 또 "처음에는 내 마음의 상처를 위해 썼지만,점점 넓게 퍼져나가는 식으로 글이 발전했다"면서 "치유라는 코드를 의식해 글을 쓰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출간된 《데이지의 인생》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데이지의 인생》은 꽃 이름을 지닌 두 여성,데이지와 달리아의 이야기다. 아버지 없는 사생아로 태어난 데이지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후 소꿉친구 달리아와 맺은 우정이 데이지를 지탱해 주지만,브라질로 이민 간 달리아마저 죽고말아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줄곧 외로워서 누구와든 함께이고 싶었지만,연거푸 자신의 반쪽을 잃어야만 했던 데이지는 깨달음을 얻는다. "한 번이라도 만나면,그때마다 한 가지 추억이랄까,공간이 생기잖아.하늘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이 사고를 빌미로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아갈 수는 있어도,영원히 그 즐거웠던 시간을 빼앗아 갈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이긴 거라고 생각해."

《데이지의 인생》에는 일본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 《하드 보일드 하드 럭》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도 나라와 함께 작업했던 요시모토는 "표면적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어두운 내면이 있는 데이지의 모습을 그림이 잘 표현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삶에 조금이라도 구원이 되어 준다면,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작품은 현실적인 편은 아니예요. 우화의 형식을 빌리죠.그래서 독자들이 어딘가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기분이 드나 봐요. 특히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 깊은 곳까지 다녀온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사실 기술적으로 독자들이 깊이 들어간 곳에서 나올 수 없도록,절망에 가둬버리는 것도 가능해요.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게 쓰는 게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길을 포기했어요. 제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쓰기로 결심했거든요. 왜냐고요? 저는 사람을 구하는 소설을 쓰고 싶거든요. 문학적으로는 위대한 작품이 아닐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