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읽기] 아이폰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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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는 나올 것이란 얘기들이 들리면서도 번번이 연기되는 바람에 국내에서 이른바 '다음달 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게 애플의 아이폰이다. 그 아이폰이 드디어 국내시장에 발매되자 소비자, 통신서비스회사, 그리고 제조업체 등에서 이런저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랑하던 나라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밖에서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궁금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폰이 한국을 뒤흔들다'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수년간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통신서비스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여 왔다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 외신은 지하철에서 외진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서비스회사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2,3위의 휴대폰 업체를 보유한 한국과, 비싼 휴대폰 요금,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무선인터넷 요금과 단말기의 국내외 가격차가 큰 한국을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아이폰 진입이 한국에서 가격경쟁을 촉발한 데 이어, 통신서비스회사들과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지배력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마디로 아이폰 때문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폐쇄'에서 '개방'으로 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 아니냐는 뉘앙스가 짙게 배어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아이폰 진입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아이폰의 한국진입은 삼성과 LG를 시험할 것'이라고 한 것과 맥락이 같다. 단적으로 말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0% 이상을 점유하며 노키아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하다는 점을 깔고 하는 얘기들이다.
아이폰이 한국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소동이 통신,방송 전반을 포함한 정부의 IT정책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무선인터넷에 관한한 IT 선진국이 아니다. 사업자들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를 깨뜨리기 위한 정부의 규제정책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방'과 '경쟁'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정부가 좀 더 빨리 주목했으면 지금 같은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아이폰이 완전한 것도 아니고, 반(反)애플 세력의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이런 틈을 노려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콘텐츠 등을 강화해 아이폰 같은 성공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기업들이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있다.
문제는 제조부문의 우위가 통했던 휴대폰과 달리 아이디어와 창의력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의 룰(rule)이다. 연구개발에서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이르기까지 조직과 문화가 정말 개방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전환에 성공한다면 또 한번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통신서비스회사들 역시 망(網)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구조를 과감히 깨고 나서면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아이폰 자체보다 '아이폰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경쟁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폰이 한국을 뒤흔들다'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수년간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통신서비스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여 왔다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 외신은 지하철에서 외진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서비스회사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2,3위의 휴대폰 업체를 보유한 한국과, 비싼 휴대폰 요금,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무선인터넷 요금과 단말기의 국내외 가격차가 큰 한국을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아이폰 진입이 한국에서 가격경쟁을 촉발한 데 이어, 통신서비스회사들과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지배력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마디로 아이폰 때문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폐쇄'에서 '개방'으로 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 아니냐는 뉘앙스가 짙게 배어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아이폰 진입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아이폰의 한국진입은 삼성과 LG를 시험할 것'이라고 한 것과 맥락이 같다. 단적으로 말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0% 이상을 점유하며 노키아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에 불과하다는 점을 깔고 하는 얘기들이다.
아이폰이 한국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소동이 통신,방송 전반을 포함한 정부의 IT정책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무선인터넷에 관한한 IT 선진국이 아니다. 사업자들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를 깨뜨리기 위한 정부의 규제정책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방'과 '경쟁'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정부가 좀 더 빨리 주목했으면 지금 같은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아이폰이 완전한 것도 아니고, 반(反)애플 세력의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이런 틈을 노려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콘텐츠 등을 강화해 아이폰 같은 성공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기업들이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있다.
문제는 제조부문의 우위가 통했던 휴대폰과 달리 아이디어와 창의력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의 룰(rule)이다. 연구개발에서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이르기까지 조직과 문화가 정말 개방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전환에 성공한다면 또 한번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통신서비스회사들 역시 망(網)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구조를 과감히 깨고 나서면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아이폰 자체보다 '아이폰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경쟁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