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인터뷰 대상자에 포함됐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과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1일 동시에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3명의 인터뷰 대상자 중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단독 후보로 남게 돼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은 지난 10월29일 9명의 사외이사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구성되면서 시작됐다. KB금융 회추위는 일반적인 금융회사의 회장 추천 과정과는 달리 공모를 하지 않고 이사회 산하 상시평가보상위원회가 마련한 인재 풀을 검토해 21명의 후보 풀을 만들었다.

이어 사외이사들이 4표씩을 행사해 1순위(5점)부터 4순위(2점)까지의 후보자를 선택,총점을 매긴 뒤 10명의 인터뷰 대상자(쇼트 리스트)를 선별했다. 회추위는 이들 인터뷰 대상자에게 일일이 전화 연락을 해 의사를 확인한 뒤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강 행장과 이 사장,김 전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후보를 압축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이 실시한 투표에서는 강 행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어 이 사장,김 전 사장 순으로 1순위 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강 행장이 7 대 2 내지 6 대 3 정도로 우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이 사장이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면서 최근 사외이사들의 표심이 흔들려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강 행장을 지지하는 사외이사와 이 사장을 미는 사외이사가 5 대 4로 '박빙'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2명 동시 사퇴 배경은


이날 면접 불참 의사를 밝힌 두 사람은 불참 사유로 '경쟁의 불공정성'을 들었다. 김 전 사장은 "강 행장이 회장대행을 하면서 조직을 이용해 전략을 짜고 급하게 인터뷰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사장도 "승산의 문제가 아니라 때와 장소,특히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되는가가 중요한 것"이라며 "KB 이사회가 후보의 인격과 사생활까지 검증하겠다고 할 정도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공교롭게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응모를 철회한 것을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세로 볼 때 강 행장 우위의 구도를 뒤집기가 어렵다고 판단,회장 선임 절차를 파행으로 끌고간 뒤 내년 2월 정기 주총 때 이를 문제삼겠다는 게 숨은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와 이 사장은 물론 정부 측 관계자들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사장은 "내가 공모에 응한 것이 아니라 KB 측이 요청한 것이며 후보 입장에서도 절차의 적절성을 따져볼 수 있는 것"이라며 "순수한 개인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류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정부가 특정인을 미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정부 지분도 없는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며 "정부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는 강 행장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닌,KB금융의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KB이사회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익집단화된 상황에서 외부 견제 없이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KB 사외이사 제도의 개편 없이 회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KB지주 회장 선임 과정이 급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의 KB 사외이사진은 강 행장의 입김이 직 · 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 주총에서 사외이사진을 개편한 후에 선출 절차를 밟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강 행장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판을 활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선임 절차를 강행한 것 아니냐"며 "강 행장이야 사외이사들의 결정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장 선임 예정대로 갈까

이제 최대 관심은 KB금융 회추위가 예정대로 3일 면접을 진행할 수 있을지다. 조담 회추위 위원장은 일단 "일정대로 3일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 사장과 김 전 사장으로부터 인터뷰 불참 의사를 공식 전달받지는 않았다"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단독으로라도 인터뷰는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추위가 예정대로 3일 강 행장만을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할 경우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날 강 행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1월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강 행장은 3년 임기의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하지만 회추위 인터뷰 일정이 연기되거나 아예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추위가 강 행장만을 상대로 인터뷰를 실시할 경우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 회추위가 다른 금융회사처럼 공모 과정을 통해 다시 후보를 선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강동균/이심기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