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디스플레이,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전자부품 기업들은 지난해 말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시장지배력 확대의 계기로 삼았다.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한 것.환경친화적인 미래 기술들을 다수 개발,질적으로도 알찬 한 해였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D램 시장은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1년 사이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8%포인트나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35.5%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하이닉스 역시 21.7%로 2위를 유지하며 4분기 연속 2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를 합친 국내 D램 업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7.2%로 지난해 3분기 49.3%보다 7.9%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D램 업체의 분기별 점유율은 2007년 3분기 처음으로 50%대에 올라섰지만 반도체 업계의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줄곧 49%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 면에서도 한국 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중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이 기간 4900만달러(58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률은 3.8%였다. 대만 메모리 업계 1위인 난야는 3분기 영업손실률이 24.4%에 달했다. 비교적 선전했다는 일본 엘피다의 영업이익률도 1%에 미치지 못했다.

LCD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대만의 경쟁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출하량 기준으로 각각 24.1%와 24.0%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3~4위 업체인 대만 AUO와 CMO의 점유율은 각각 17.6%와 14.3%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가격이 연초부터 꾸준히 올랐음에도 불구, 대만 업체들은 3분기 들어서야 흑자를 냈다"며 "꾸준히 이익을 내 온 한국 업체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제품 경쟁에서도 대만보다는 한발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 'FPD 인터내셔널 2009'에서 두께가 불과 3.9㎜에 불과한 40인치 TV용 패널,직하와 에지형 LED 패널의 장점만을 흡수한 '모듈라형 LED TV용 패널' 등 차세대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