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같아라.' LG상사 삼성물산(상사 부문) SK네트웍스 등 종합상사들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자원 개발에서 과실을 따기 시작한 데다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망을 활용한 중개업도 활기를 띤 덕분이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업체는 LG상사다. 단순 중개 업체에서 자원 개발 전문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하영봉 사장은 "10년 후 아시아 최고의 자원 개발 업체로 우뚝 설 것"이라고 장담할 정도다.
LG상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광구를 인수해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다. 다른 종합상사들이 재무적 투자나 광산에서 나온 자원을 트레이딩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LG상사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은 오만 웨스트부카 유전이다.
올 2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해 4월부터 판매가 이루어져 올해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종합상사들이 생산 광구에 지분을 투자해 배당 수익을 받은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원유 탐사→개발→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관여해 수익을 올린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LG상사는 연산 180만~220만배럴의 웨스트부카 유전에서 앞으로 20여년간 매년 3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카자흐스탄 아다 광구도 탐사를 끝내고 올 하반기 중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몇 십년간 현금을 벌어다 줄 생산 광구가 3개에 달한다. 현대종합상사는 예멘 마리브 광구(가스)의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고,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LG상사의 프로젝트(원유 가스 유연탄)는 총 19개며 대우인터내셔널(15개),삼성물산(9개),현대종합상사(6개) 등도 자원 개발에 힘쏟고 있다. LG상사의 19개 광구 가운데 2005년 이후 투자한 신생 광구는 14개에 달한다.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8개 광구에 투자하는 등 자원 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대우인터내셔널이 2005년 이후 투자한 신생 광구는 8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태양광 풍력 등 그린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대체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화력 발전소를 태양광,풍력 등 대체 에너지로 바꾸는 대형 사업으로 삼성물산은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쌓아 온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성공만 한다면 종합상사의 해외 진출 역사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된다
. SK네트웍스는 자원 개발 외에 그룹의 중국 진출에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고차 판매,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사업을 개척함으로써 그룹이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초 SK네트웍스가 대양금속 터키 법인의 지분 30%(360억원)를 인수,연산 27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설립하는 등 단순 무역 중개에서 벗어나 제조업체와 함께 해외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쌍용은 지난 7월 GS글로벌로 거듭난 뒤 글로벌사업 확충에 선봉장으로 나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