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 중 재미있는 차량 스티커를 보게 됐습니다.
앞차의 속도가 좀 느리다 싶어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눈앞에 들어온 것은 ‘노인운전’이라고 쓰인 스티커였습니다. ‘어르신께서 운전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차선을 옮겨갔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두고두고 ‘참 기발한 스티커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비슷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제가 목격한 스티커는 정부에서 정식으로 제작한 것과는 좀 달랐지만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차량 운전자가 노인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배포한 적이 있더군요. 교통사고 피해자 중 고령자가 늘고 있다는 게 이유라네요.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총 2만1134명, 2008년에는 2만3012명으로 8.9% 늘어났습니다. 고령화에 따라 노년층 운전자도 늘어나는 추세랍니다.
그동안의 운전경험을 되짚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여유를 찾으려고 해도 바쁜 출근길에 눈앞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차를 보면 답답함에 경적에 손이 올라가는 걸 참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가 타고 있어요’ 라든지, ‘초보운전’, ‘3시간째 직진 중’ 같은 스티커가 붙어있는 걸 보면 곧잘 이해가 가지요. 어르신께서 타고 계시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할아버지, 할머니뻘의 운전자에게 함부로 경적을 울려서는 안 되겠지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아예 법으로 이 같은 스티커 부착을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 운전자 보호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본인 블로거 ‘사야카’ 씨의 ‘내 눈으로 본 한국, 한국인…’이라는 블로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 1972년부터 운전면허 취득 1년 미만에게는 ‘새싹마크’를, 1997년부터는 70세 이상 운전자에게는 ‘단풍마크’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들 차량에 위협을 가하거나 갑작스레 추월하면 벌점을 부여합니다.
미국에서는 의무는 아니지만, 55세 이상의 운전자가 안전교육을 받을 경우 보험료를 깎아주는 혜택을 주는 등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한 방안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권장사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3월부터 경기도 31개 지자체에 65세 이상 운전자를 위한 ‘실버마크’를 13만부 가량 배포했다고 합니다. 아직 이 스티커를 도로에서 만나본 적은 없네요.
이영란 경기도 교통정책과 전문위원은 “실버마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일본에 다녀왔는데 법제화를 통해 국가가 노인 교통안전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의무든 아니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가장 좋겠지요.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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