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을 하다보면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이야기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아이폰 넷북 윈도7 등이 제법 손님을 끄는 테마입니다. 반면 시큐리티(컴퓨터 보안)는 그야말로 '꽝'입니다. 트래픽도 안 오르고 추천도 거의 받지 못합니다. 십중팔구 외면을 당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적이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백악관 펜타곤을 침입했다고 폭로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당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공격도 했다니 의외입니다. 광파리는 이걸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저는 사이버 전쟁의 위험을 다시 한 번 경고하고 싶습니다.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성공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미국이 한국의 주요 기관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중국과 북한도 한국 주요 기관의 컴퓨터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고 있다. 가정이지만 섬뜩하지 않은가요?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기사는 '내셔널저널'이란 잡지에 최근 '사이버 전쟁 계획'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기사에는 미국 군대가 이라크에서 어떻게 사이버 공격을 했는지 자세히 묘사돼 있습니다. 미군은 이라크 반군의 휴대폰과 컴퓨터 망에 침투해 정보를 훔쳤고 전쟁의 흐름을 바꿔놨다고 합니다.

오래전 일도 아닙니다. 2년 전인 2007년 얘기입니다. 단순히 휴대폰 전파를 가로챈 게 아니라 아예 통신망에 침투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미군은 커뮤니케이션을 장악한 뒤 이란 반군을 거짓 정보로 속여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반군의 위치를 파악해 폭격을 했고 이라크 전투기를 제압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얘기 자체가 충격적인 건 아닙니다. 전에도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을 것이란 추정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이버 공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기사에는 이라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대통령 지시로 감행됐다고 씌어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사이버 전쟁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아들 부시 시절에 극비리에 국가사이버보안종합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에는 사이버 공격도 포함됐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사령부를 신설하고 백악관에 국가 사이버 보안 조정관을 뒀습니다.

내셔널저널에 따르면 사이버 사령부는 오바마 정부의 사이버 전쟁 전위대이자 미군 전산망 방어대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끊임없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고 공격도 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을 장악해 정보를 훔치고 통신을 교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사이버 전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사이버 전쟁 준비는 미국뿐이 아닐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경계했습니다. 국군이 중국발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죠.베이징 올림픽 직후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 고조됐을 때는 우리 언론사 웹사이트들이 무더기로 사이버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발생한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어떻습니까. 정보기관이 북한발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면서 국론이 양분되기도 했습니다. 정보기관이 "북한발"이라고 밝히는 것도 우습고 "증거를 대라"고 따지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실망스럽게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세계적인 시큐리티 업체인 맥아피는 2년 전 '사이버 콜드워(cyber cold war)'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각국이 사이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이버 전쟁에서는 아군 적군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중국도 북한도 모두 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DDoS 공격을 받고 허둥대는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돼 네트워크 보안 기능이 분산될 때부터 걱정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결국 안철수연구소 도움을 받고 상을 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죠.이제라도 제대로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