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해운사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산업은행에 설치된 선박펀드에 해운사들의 선박매입 요청이 몰리고 있다.

30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출범한 캠코 2차 선박펀드에 중대형 해운사들이 한 달도 안 돼 20여척의 매입요청서를 접수했다. 캠코는 2차 선박펀드 규모를 4조원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한시적으로 매입요청을 받았던 1차 선박펀드 운영 때와는 달리 수시로 신청을 받아 적정 자격을 갖춘 경우 순차적으로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캠코 관계자는 "1차 때 40%였던 선박펀드의 척당 투자비율이 선가의 60%로 높아졌고,매입대상도 건조 중인 선박으로 확대됐다"면서 "내년 상반기 20척을 포함해 연간으로는 30척 이상의 선박 매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펀드규모를 1차 때 1조원보다 4배 많은 4조원으로 설정하고 비슷한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시장금리보다 최소 4~5%포인트 낮은 연 7~8%의 파격적인 수준의 금리를 제공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좋은 조건이 알려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 일본과 독일,프랑스 은행들의 투자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캠코 측은 덧붙였다.

산업은행도 최근 대한해운이 발주한 6700만달러의 선박을 매입하는 등 선박펀드 운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에 매입한 선박은 벌크선으로 산은이 매입자금의 46%를 지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며 내년 5월 인도될 예정이다.

산은은 지난 7월 2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출범시켰으며 최근 2호 선박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연내에 7~8척의 선박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해운사로부터 선박을 사들인 뒤 해운사가 그 배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용선료를 받고 다시 빌려주고(리스 백 · lease back),리스 기간이 만료되면 최초 매입한 가격으로 해운사에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해운사는 배값 하락에 따른 자금압박을 피할 수 있고,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각한 가격에 배를 되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정부는 선박펀드가 운항 중인 선박에 한해 선가의 40%까지 매입할 수 있도록 했으나 민간 금융회사들이 공동투자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선박금융이 극도로 위축됐다. 실제로 구조조정기금 1조원 한도로 운영된 1차 선박펀드의 경우 선박매입금액이 2820억원에 그쳐 30%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해운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자 정부는 최근 선가의 최대 60%까지,건조 중인 선박도 매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