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30일 일단 '두바이 쇼크'를 딛고 강한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156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고, 코스닥지수는 2%대 상승세를 타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안정세를 되찾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지난주말 두바이 충격이 증시를 강타할 때 시장의 관심은 진출입 시점이었다.

IMF 외환위기나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증시의 강한 복원력을 학습한 투자자들이라면 일정정도의 위험을 감수한 저가매수 기회에 무게를 뒀을 것이고, 보수적 투자자들은 관망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단기 충격은 매수기회'라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증시 패턴이 국내 증시에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두바이 쇼크'가 여타 금융위기와 다른 상황인 만큼 단기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바이 사태가 연초 불안심리를 조장했던 동유럽발 2차 금융위기와는 상황이 다르고, 도미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자금력이 풍부한 아부다비 등 주변국의 도움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두바이 쇼크' 여파가 국내 증시에서 완전히 가시고, 그 이전 상황으로 복원될 지 여부는 이번주 중반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 반등은 지난주말 단기급락에 따른 탄성에 기인한 면이 크다"면서 "두바이발 쇼크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두바이 쇼크는 은행권 파산 또는 다른 이머징 경제의 연쇄적 파산으로 제2 금융위기로 확산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비롯됐다"면서 "하지만 두바이 문제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시차를 두고 발생한 후행적 이벤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 충격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내 건설사와 금융권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일본 등 여타 국가보다도 미미한 만큼 낙폭이 컸던 건설주와 은행주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충격의 주범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기일 1차 만기가 내달 14일인 만큼 상황을 예히 주시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증시가 미국 및 중국 경기 사이클과 국내 수출기업들의 호조 등을 감안하면 서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단기급등에 따른 기술적 매매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지난주 유럽증시 급락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이 잠재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두바이 쇼크가 제2의 금융위기 우려로 확대해석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실제 800억달러 규모의 두바이 정부와 정부 소유기업의 부채와 유럽 은행의 두바이 관련 채권 보유액 400억달러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항상 지수 급락국면에서는 낙폭 과대주의 가격 회복이 가장 빨랐다는 점에서 낙폭 과대주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라며 "펀더멘털의 훼손 없이 이번 하락 국면에서 낙폭이 컸던 금융업종과 최근 엔화 강세로 수혜가 예상되는 정보기술(IT)와 자동차 업종,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여력이 있는 대형주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두바이월드 파문으로 시장 우려가 분명히 존재하고 초기 반응도 격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대응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비관론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계된 자금규모가 제한적이고, 금융위기와 같은 파생상품의 도미노식 부실확대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두바이 사태의 파장이 크기는 하지만 그간 진행됐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완전히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연말 소비경기 등 전반적인 경기동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급격한 원화환율과 원·엔 재정환율 상승으로 형성되고 있는 틈새시장에 대한 관심 역시 유효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증시 반등은 급하게 빠진 이후 자연스러운 상승흐름 정도로 이해해야 된다"면서 "이러한 반등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민 팀장은 "가장 급하게 빠진 건설과 은행주들이 자연스런 복원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두바이 쇼크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더했다는 측면에서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낙폭과대주에 대한 관심보다는 차라리 안정감 있는 IT와 자동차 등 대형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