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세계 최대 인공섬으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팜 주메이라'.'Now Leasing(임대중)'이라는 광고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1년 임대 계약을 하면 3개월을 공짜로 더 살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왔지만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두바이가 초고층 빌딩 단지로 조성 중인 비즈니스베이 일부 대형 건물 공사장의 크레인은 아예 멈춰 섰다. 레바논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온 근로자들은 몇 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 쇼핑센터인 아랍에미리트몰은 이슬람 축제 연휴인 '이드 알-아드하'를 맞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멈춰선 공사 현장과 임금 체불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무감각한 반응이다.

걸프뉴스 등 현지 언론들도 두바이의 증상을 '재채기' 정도로 진단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증시 폭락을 두고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분석기사를 29일자로 일제히 게재했다.

통신회사 중간 간부로 일하는 하산 나페씨는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이 신문에서 작은 뉴스로 처리될 정도여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두바이월드 본사도 안내 데스크를 제외하곤 대부분 직원이 휴일이어서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국 투자기업 관계자들의 시각은 완전히 달랐다. "외부 자금이 계속 들어와야 굴러가는 두바이가 중병에 걸렸다. 맏형 격인 아부다비만 쳐다보는 신세"라는 것이다. 두바이 위기가 리먼 브러더스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위기의 뇌관이 될지,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아부다비 등 나머지 6개 토후국의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인들은 아부다비 등이 형제국인 두바이의 부도를 그냥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부다비가 그동안 두바이가 손을 벌릴 때마다 도와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2일 UAE 탄생 38주년을 앞두고 곧 가시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슬람 명절 연휴가 끝나는 내달 6일 이후에는 좋은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라대식 우리은행 두바이 소장은 "셰이크 아메드 두바이파이낸셜서포트펀드 회장이 이번 주 두바이월드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올초 두바이에 지원하기로 한 200억달러 가운데 이미 150억달러를 집행했고 곧 50억달러도 추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라 소장은 두바이 쇼크는 예견된 것인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상황을 냉정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주말 유럽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했지만 두바이 사태의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기대로 오히려 반등했다.

이날 두바이 주요 거리에는 UAE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셰이크 모하메드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이 걸렸다. 세계 최대 인공섬,세계 최고층 건물(버즈 두바이),세계 최대 테마파크(두바이랜드) 등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세계를 놀라게 한 두바이.이제는 '사막 위의 기적'을 계속 일궈 나갈지 아니면 '사막 위 모래성'으로 무너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