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중동투자펀드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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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펀드 2700억 규모 두바이 부동산에 투자
위국인 위축으로 연말장세 기대 어려울 듯
위국인 위축으로 연말장세 기대 어려울 듯
두바이발 쇼크로 27일 증시가 4% 이상 추락했다. 수급 부진 속에 1600선을 간신히 지켜오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일시에 75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아시아 증시 가운데 한국의 하락률이 가장 커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두바이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 주식형펀드와 거품 논란이 일었던 두바이 지역 부동산에 투자한 부동산펀드가 문제다. 중동지역의 특정 국가에 투자하거나 두바이 관련 건설주 비중이 큰 일부 국내 주식형펀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두바이 지역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채권 잔액이 8800만달러(약 10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은데도 증시가 과민 반응한 것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예상되지만 수급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고등 켜진 두바이 관련 펀드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바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는 3개로 총 규모는 2700억원 수준이다. 모두 소수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사모펀드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은 2006년 9월 만들어진 1400억원짜리 '마이다스부동산펀드'다. 이 펀드는 두바이 내 비즈니스 지구에 빌딩을 지어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빌딩은 내년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은행 등 국내 기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는 8년으로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상품이어서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마이다스에셋운용 관계자는 "이 펀드는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한 두바이월드가 아니라 두바이홀딩스라는 회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고 별도의 안전장치가 있어 큰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펀드 설정 후 6개월마다 연 7%의 수익을 차질 없이 배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2개의 두바이 부동산 펀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한 공모펀드 중에서는 우선 중동펀드의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펀드평가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투자중동펀드''기은SG프론티어중동펀드' 등이 전체 자산의 40%가량을 두바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MENA업종대표'도 두바이 주식 비중이 20%가량에 이른다.
한 펀드 애널리스트는 "두바이 경기 악화가 주변 중동지역까지 퍼질 경우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두바이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들도 피해가 우려된다.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코덱스삼성그룹주'는 삼성물산 비중이 9월 초 기준으로 순자산의 11.48%로 가장 높다.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한국투자골드적립식삼성그룹1' 등도 삼성물산을 9% 이상 편입해놓고 있다. 이날 삼성물산은 8.14% 급락했다.
◆연말랠리 기대 어려워져
이날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최대폭인 75.02포인트(4.69%) 폭락한 1524.50으로 마감했다. 하락률로는 지난 1월15일(-6.03%) 이후 가장 컸다.
유럽 증시의 급락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워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선(1560) 아래로 추락했다. 120일선이 무너진 것은 올해 3월1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외국인은 2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특히 추가 하락을 우려해 선물을 1조4599억원어치 팔았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두바이 위험에 노출된 건설업종이 6.70% 급락했고 기계(-7.55%) 은행(-5.61%) 증권(-6.00%) 등의 낙폭이 컸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연말랠리는 해외발 악재로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외국인이 움츠러든 탓이다.
이상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전무는 "이머징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연말 결산 때까지는 외국인의 추가 매수가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심리적 충격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반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우량주는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유럽과 중동에서 신용위기에 대한 정책대안이 신속하게 나올 경우 하락세가 조기에 진정될 수도 있다"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종목별로 과도하게 떨어진 주식은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해영/김재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