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외화조달, 무늬만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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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중장기 외화재원 조달 비율이 금융당국의 지도 기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은행들이 수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 차입 비중을 다시 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채주연 기자입니다.
지난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은행 외환건전성 개선방안에는 중장기 외화재원 조달 비율을 100% 이상으로 지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재원조달비율은 중장기 차입 대비 중장기 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비율이 100% 보다 낮으면 대출이 차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8월말 국내 은행들의 1년 이상 중장기 재원조달비율은 132.6%.
금감원의 지도비율인 100%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작년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단기 차입의 경우 항상 만기 연장의 위험이 있다. 가급적이면 단기보다는 중장기 차입쪽으로 자금 조달해야겠다는 것 때문에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은행들의 중장기 재원 조달 실적을 살펴보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연말기준) 비율이 100%를 밑돈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금감원이 은행들의 외환건전성 제고를 내세우며 정책을 만들기는 했지만 무늬만 화려할 뿐 규제할 대상은 이미 없었던 것입니다.
금감원은 중장기 재원의 기준도 1년 이상에서 1년 초과로 강화키로 했지만 은행들은 "사실 별다를 것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금감원이 규제 강화 과정에서 은행들의 의견을 대다수 수렴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장기 재원조달 비율만을 따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동안 은행들은 조달비용이 싼 단기 차입을 통해 외화를 들여와 중장기 대출에 운용해 수익을 남겨왔는데, 중장기 재원조달비율로만 외환건전성을 평가하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A은행 관계자 (변조)
"최근 단기 운용 부분, 수출입규모가 줄면서 감소했다. 단기 조달도 많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중장기 조달 비중이 늘다 보니까 비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 향후 수출입이 회복되고 수출입금융 수요가 늘면 일정부분 장기조달로 커버하겠지만 전부는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이 단기 차입 외화를 장기로 운용하는 매력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상 국제 금융시장이 회복되면 다시 이같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B은행 관계자 (변조)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많이 했던 편이다. 아무래도 유동성에 포커스가 맞춰졌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조금 완화되기 시작하면 코스트 측면도 봐야 하니까."
은행들의 안정적인 외화자산 관리를 위해 마련한 외환건전성 제고 방안.
규제할 대상이 없는 규제를 만들고, 정작 규제가 필요한 것에는 대응 방안이 없는데도 은행들의 건전성만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WOW-TV NEWS 채주연입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