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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 매니지먼트] 인물탐구 -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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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개개인 가정사까지 챙기는 '책방 큰 형'
    e북시장 진두지휘 미래서점 짓는 '첨단 곰바우'
    1981년 여름,서울 종로 1가 1번지 교보문고 외서 매장.이도선 초대 교보문고 사장이 들이닥쳤다. "뭐? 책이 모자란다고?"

    당시 외서 수입 담당은 스물아홉 살의 신출내기였다. 그는 포탄 자국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빈 서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원서 찾는 분들이 갑자기 몰려서 금세 동이 나버렸습니다. " 성미 급한 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책이 언제 들어오나? 선장한테 무전 쳐서 빨리 배를 대라고 해." "예? 아직 태평양에 있을 텐데 어떻게…."

    그 해 6월 문을 연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는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외서 코너였다. 해외 정보에 목마른 지식인들이 날마다 순례하듯 찾아와 새 책들을 걷어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난감한 것은 외서 수입 담당자였다.

    그는 다시 한번 미국 에이전시에 독촉 전화를 걸고 새로운 주문서를 팩스로 보냈다. 속옷에 소금기가 묻어날 정도로 진땀 빼는 나날이 계속됐다.

    이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신출내기는 27년 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56).그는 그 무렵을 떠올리며 "첫딸 준영의 돌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했다"고 말했다.

    12년간 외서 부문을 총괄한 그의 이름(S.R.Kim)은 지금도 해외 서점가에서 유명하다. 이는 그의 남다른 '휴먼 네트워크'로 이어졌다. 국내외 서점과 출판계를 막론하고 '김성룡'이란 브랜드는 '교보문고'의 그것과 동의어로 통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기업 가치를 오랜 현장 경험으로 실현해온 그가 독서경영의 전도사로 나선 것도 마찬가지.그는 매일 아침 책을 권하는 '북모닝 CEO'다. 실제로 교보문고의 독서경영연구소가 날마다 1만명에게 보내는 독서 편지의 제목도 '교보 북모닝 CEO'다.

    #술실력도 노력으로 쌓은 일벌레

    교보문고 창립 멤버인 그는 늘 직함을 두세 개 달고 다녔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서 5년간 근무한 뒤 자산관리회사인 교보리얼코로 옮긴 그는 교보문고 설립 준비 단계부터 궂은일을 도맡았다.

    개점 이후에는 외서 수입 담당뿐만 아니라 영업과장과 특판과장을 겸했다. 이사가 된 뒤에도 경영지원본부와 인터넷사업본부를 함께 맡았다. 상무 시절엔 온라인사업본부장 겸 B2B사업본부장을 겸직했고 나중엔 디지털콘텐츠와 오프라인사업본부 임원,독서홍보팀과 고객서비스팀,구매본부 담당까지 책임졌다. 지난해 8월 내부 승진 케이스로 사장이 된 뒤에도 음반 · 문구판매 자회사인 핫트랙스 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그만큼 일복이 많다. 업무량이 많아질수록 그에게 필요한 것은 친화력이었다. 당연히 주량도 늘었다. 그는 입사 후 매장의 여직원들에게 술을 배웠다. 원래 주량은 소주 석 잔.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지는 '쑥맥'이었다. 외서 담당과 영업과장,특판과장을 겸하면서 직원들과 스킨십이 잦아졌고 이에 따라 여직원들과 주고받는 '술잔'이 늘었다. 지금은 소주 스무 잔도 거뜬하다.

    그는 스킨십을 동료애와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곧 소통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표정만 봐도 감정 상태를 알 수 있고 "무슨 일 있나" 하고 슬쩍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깊은 대화가 이어진다. 그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업체 사람들의 고민까지 들어주는 '상담 CEO'로 불린다.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상담사가 되지요. 서먹서먹한 사이라도 금방 친밀해지고 흉금을 터놓게 되니까요. 업무와 관련한 상담을 할 때도 부하직원이라기보다 후배를 대한다는 생각으로 대화합니다. 가능하면 후배들이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고,그러면 금방 피드백이 와요. "

    때로는 이혼 상담까지 하는 직원도 있다. 이처럼 사적인 대화가 많은 덕분에 직원 개개인의 가정사까지 챙기는 일이 많다.

    이는 그의 최근 화두(話頭)인 '모멘텀 이펙트'와도 상통한다. 그가 올 들어 자주 강조하는 '모멘텀 이펙트'의 핵심은 트렌드를 앞서가며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자는 것.그 변화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 결국 '모멘텀 이펙트'란 고객중심 경영이자 고객의 속성에 맞추는 전략이 아닌가. 변화를 이끌어가면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다.

    #퇴근 후 집에서는 '파스칼형'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곰바우형'이라고 말한다. 그의 모토도 '생각은 깊게,행동은 우직하게'다.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두르지도 말게'라는 퇴계 이황의 시구처럼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이치를 믿기 때문이다.

    이는 온 · 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앞장서 이끌어온 그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초 인터넷사업본부 임원을 맡기 전부터 그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콘텐츠 시장을 미리 준비해왔다. 국내 최대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한 교보문고가 최근 삼성전자,아이리버와 콘텐츠 · 단말기 융합 서비스를 펼치게 된 것도 천천히 준비하되 끝까지 밀어붙이는 '곰바우'의 힘에서 나온 것이었다.

    연말까지 국내 최초의 '무선 스토어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또한 '우직한 멀티 CEO'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무선 스토어 서비스란 단말기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도서요약,잡지,전문자료를 무선으로 다운받아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엔터테인먼트 장르를 강화하기 위해 만화 출판사와 제휴,국내외 만화와 장르소설을 회원제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컨버전스와 멀티소스 멀티유즈(MSMU)'라는 콘텐츠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전자책을 개발하면서 무선 단말기 시대의 전자책 특수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올 들어 '온 · 오프라인 통합서비스'를 기치로 내걸고 온라인에서 주문한 책을 한 시간 이내에 가까운 오프라인 교보문고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한 '바로드림' 서비스도 '싸고 빨라야 한다'는 온라인 요구와 서점을 문화사랑방으로 여기는 오프라인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업이다.

    "지금까지가 '잘게 쪼개는' 분석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넓게 합치는' 통섭의 시대입니다. 사회적 코드도 기능에서 가치로 바뀌어야죠."

    #휴가 줄테니 책 읽어라

    그가 직원들과 소통하는 또다른 통로는 책이다. 회의 때마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고 독자와 유관단체 담당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도서를 권한다. 올해는 '독서휴가'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전 직원에게 독서장려금도 준다. 회사 내 독서토론회와 팀장급 독서토론회,'독서코치'와 '북 마스터' 제도 등 다양한 독서경영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그는 책벌레답게 자동차 안이나 일상 주변에 항상 책을 갖다 놓고 이동할 때나 개인 활동 등 자투리 시간에 읽는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있는 자택에도 조그만 북카페 형식의 서재를 마련해 놓고 독서삼매경에 자주 빠진다.

    퇴근 후 모습은 어떨까. 그는 회사에서 '곰바우형'이지만 집에선 '파스칼형'이라고 말한다. 도무지 말이 없다. 그래서 두 딸과 아내는 제발 무슨 얘기라도 좋으니 해보라고 보챈다. 그래도 염화시중의 미소만 띠다가 이내 책으로 눈을 돌린다.

    가끔씩 술추렴할 때 그가 돌리는 '카푸치노주' 맛도 일품이다. 맥주병을 엄지손가락으로 막고 흔들어 거품 섞인 '소주 폭탄'을 만드는 그의 표정이 '곰바우'처럼 푸근하고 정겹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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