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증시는 연말랠리가 시작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기술적 저항선인 60일 이동평균선(코스피지수 1628) 돌파와 외국인들의 추세적 매수세 전환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관망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코스피지수 1630선 안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말 미국 증시는 소폭 하락 마감해 투자심리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델 등 일부 업체의 부진한 실적 발표와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유동성 공급 일부 중단 언급이 전해지면서 소폭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28 포인트(0.14%) 내린 10,318.16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52 포인트(0.32%) 하락한 1,091.38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10.78 포인트(0.50%) 내린 2,146.04에 장을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연말랠리에 대한 기대와 함께 미국 소비회복 착시현상 등을 감안한 보수적 대응으로 나뉘고 있다.

◆ 현대證 "미니 연말랠리 분위기 형성"

현대증권은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 한계와 '미니 연말랠리'의 기로에 서 있지만 랠리(증시 상승)의 시작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성장성과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코스피지수 1600선 회복과 반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번주 초반 지수 1630선 회복시도가 전개된다면 미니 연말랠리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미국 경제의 선행 및 제조업심리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미국 증시 또한 현재의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일본 증시가 침체를 겪으면서 한국증시의 상대적 저평가 인식이 부각돼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류 연구원은 "내수 대표업종인 건설, 은행, 음식료업종의 주가흐름이 견조한데다가 수급측면에서도 프로그램
재유입과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신영證 "내년 중반까지 외국인 이탈 없을 듯"

신영증권은 미국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중반 이전까지는 풍부한 '캐리 트레이드'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때까지 국내 증시의 랠리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매크로 부진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Carry-Trade) 조건을 유지시키는 재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낮은 소비회복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정책금리가 내년 상반까지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아진 미국 달러화를 빌려 국내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고수익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란 주장이다.

김 팀장은 "캐리 트레이드 운용 대상인 이머징시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책금리 인상이나 강세 통화 기대감으로 캐리 투자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크게 보면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이머징에서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른 환경"이라며 "오히려 외국인 자금은 위기 직전에 이탈했다가 위기 이후에는 팔았던 자금 이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하나대투證 "비중확대보다 위험관리 우선"

하나대투증권은 국내 증시가 미국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지만 실제 수치는 예상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비중확대보다는 위험관리를 우선할 것을 권고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최악에 가까웠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좋아질 수 있으나 평균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따라서 미국의 연말 소비에 대한 기대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의 주택지표 역시 회복국면에 있지만 기대가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장세가 펀더멘털이 재료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고 비중확대보다는 위험 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성은 비중 축소를, 감성은 매수를 생각하게 하는 아주 고약한 구간에 있다"면서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을 때 덤비는 것이 '투기'이고, 위험을 감내할만한 수준에서 참여하는 것이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욕심낼 구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