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이천도자기축제 관료가 망쳐…남이섬 '상상 경영' 접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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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재단 '뒤집기 개혁' 강우현 남이섬 사장
지난 10일 경기도청 기자실.남이섬 개발로 유명한 강우현 ㈜남이섬 사장이 찬바람을 몰고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도자진흥재단 개혁사업 개요'가 들려 있었다. 이어진 프레젠테이션.핵심은 "이대로 가면 경기도 이천의 세계도자비엔날레를 주도하는 도자진흥재단은 망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1일 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지 꼭 100일 만에 내린 결론이다.
그는 당연직 재단이사인 여주군수 이천시장 등 공무원들을 모두 제외시키고 도예가 작품을 대거 구입해 창작활동을 돕겠다는 도자 뉴딜 사업도 발표했다.
2001년 9월 동화그림 작가에서 남이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14만평 섬을 캔버스 삼아 동화나라를 그려온 지 8년여.
그가 남이섬에서 성공한 생각나는 대로 꾸미는 '상상 경영',남과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경영'을 한국도자재단 개혁에 어떻게 접목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강원도 남이섬에서 강 사장을 만났다.
▼도자진흥재단 개혁은 '강우현식 뒤집기 제2탄'인가요.
"재단 발족 10년 만에 비엔날레가 지역축제로 전락해 버렸어요. 2년마다 100억원 이상 투입하는데 민간인 시각으로 봐선 경쟁력은 물론 싹수도 없어 보였어요. 콘텐츠는 부족하고 관료화와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고요. 모두 뒤집어 엎자는 뜻에서 재단 개혁안에 '리버스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였어요. 재단 명칭도 한국도자재단으로 바꿨고요. "
▼모두 뒤집어 엎은 뒤엔 어떤 그림을 또 그리실 것입니까.
"앞으로 3년간 도예가들 작품을 모두 사주려고 합니다. 200억~30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사들인 작품으로 도자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항아리 1만개를 줄만 맞춰 세워놔도 테마파크가 됩니다. 도자기를 뒤집은 모양의 집을 지어 도자기도 굽고 찜질방으로도 쓰려 합니다. 도자기를 안 사가니까 도자기가 쌓여 있는 관광지를 만들어 관광 상품으로 파는 거죠.재단 재정은 그동안 거의 경기도에 의존해 왔지만 3년정도 지나면 50% 가량을 스스로 벌 수 있을 겁니다. "
▼자치단체들이 너도 나도 테마파크를 짓고 있는데 실패하는 원인은 뭘까요.
"월트디즈니를 가져와 봐야 문화의 씨받이 노릇만 할 뿐입니다. 드라마를 유치하려고 수십억원씩 들이지만 겨울연가는 남이섬에서 제작발표회를 하는 대가로 50만원짜리 통돼지 한 마리 잡아주고 끝냈습니다. 세트장을 만들어서 3년 이상 지속한 곳이 없어요. 아이디어나 첫 시작은 괜찮아요. 그런데 아이디어 발제자,시공자,운영자가 모두 다르니 초심이 사라지고 말죠.사상과 생명이 흘러가는 문화 차원의 순환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요. 아티스트 디렉터가 있어야 일관성을 유지하고 성공합니다. "
▼공무원이 최고 인기 직종인 세태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겠군요.
"세상 망하는 것입니다. 공무원이 되려고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나라는 비전이 없어요. 편하다는 게 자랑은 아니죠.정년보장이 뭡니까. 오죽 못 났으면….정말 하고 싶은 일은 조직 속에서는 못합니다. 취업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칼을 가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칼을 갈아서 나와야지요. 망하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죠.망하는 것도 중요한 경험 아닌가요. 일을 배우는 재미로 살고 언젠가 독립할 것이라는 각오로 살아야죠.인기있는 직업 치고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일 안하는데 돈 많이 주니 공기업이 선호 직종 1순위가 된 것 아닌가요. "
▼상상의 몇%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보십니까.
"중학교 때 얘깁니다. 수업은 재미없고,졸리고….호랑이 선생님이어서 잘 수도 없었죠.잉크를 손가락에 묻혀서 눈꺼풀 위에 점 두 개를 찍고는 눈을 감았죠.친구들이 웃어대는 바람에 걸렸어요. 선생님도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들어가래요. 저는 제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상상은 문제가 생기면 나와요. 규제로 꽁꽁 묶어 놓으면 아이디어가 더 나옵니다. 그러나 상상이 망상이 돼선 절대로 안돼요. 아무리 장난기가 지나쳐도 집안의 생활 리듬을 깨선 안 된다는 게 철칙입니다. "
▼추운 날씨에도 남이섬을 찾은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올 들어 외국인 18만명을 포함해 170만명 정도가 방문했습니다. 대만에서 하루에 300명 이상,태국에서도 많을 때는 800명씩 찾아왔어요. 일본인들은 하루 100여명 정도입니다. 겨울연가로 남이섬이 뜬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2004년부터 욘사마(배용준) 버리기를 해왔습니다. 겨울연가를 찍은 장소라는 흔적만 갖고 언제까지 손님들에게 꿈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후속타로 내놓은 게 2006년 4월22일 개국(開國)한 나미나라공화국입니다. 국기 국가는 기본이고 화폐도 있고 비자도 발급합니다. 각국 국기도 세워 놓고 세계책나라축제,세계청소년공연축제 등 1년 내내 행사를 여니까 세계 각국 사람들로 붐빌 수밖에요. "
▼남이섬을 바꾸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겠죠.
"사장 취임하고 1년 좀 안됐을 때입니다. 깜깜한 밤에 혼자 배를 타고 섬을 나오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장한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배에서 내리는데 뒷덜미와 다리를 잡고는 그냥 강 속으로 던져버렸어요. 못 나오게 하려고 의자도 던지고.남이섬에서 바가지 장사를 못하게 하니까 앙심을 품은 업자들이 동네 건달을 부른 것 같았어요. 강 속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인근 지역 사람들이 달려와 살았죠.감사원 국세청 등에 들어간 투서도 엄청났어요. 경찰과 검찰에는 백 번도 넘게 갔습니다. "
▼남이섬에서는 뭘하며 지내시는지요.
"어제는 담장을 쌓았어요. 흙 얹고 벽돌과 깨진 기왓장 놓고.관광객들은 공사 중인데도 처음 보는 담장이라며 연신 사진을 찍어요. 추우니까 담장 옆에 화덕을 갖다 놨어요. 그걸 보니 고구마 생각이 나요. 돌판을 놓고 고구마를 굽게 했어요. 차도 한잔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옆에 아궁이를 만들어 솥을 놓고 옥수수차를 끓여 나눠줬어요 다음에 또 오겠다고들 그래요. 우리는 설계도가 따로 없어요. 제가 발로 땅에 그리면 벽돌공이 알아서 만들어요. 제 머릿속 담장보다 벽돌공이 더 잘 만들었으면 그걸로 가요. "
▼기업체의 강의 요청도 많겠네요.
"지난주 화요일은 삼성화재에서 조찬 강의를 했습니다. 주로 우리 사례를 들려줍니다. 남이섬 사례는 안 되는 방식으로 했는데도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저런 건 나도 하겠다,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도전의식을 심어 줍니다. 기업인들은 이론적으로는 다 알아요. 그런데 실천을 못해요. 남이섬 직원들은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실천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타당성 검토를 하다 보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요. 관광은 특히 타이밍과 변화가 중요합니다. "
▼㈜남이섬의 2010년 시무식을 이미 했다면서요.
"지난 9월1일에 했습니다. 4개월 앞서면 4년 앞선다는 생각에서죠.이미 새해 일거리들로 넘쳐나요. 세르비아에서 베오그라드에 있는 17세기 중세 요새를 관광지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동양적으로 만들어 달라는데 돈 안쓰는 남이섬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싶은가 봐요. 앞으로 뭐할거냐는 질문이 많은데 제가 정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이 제게 오는 대로 일합니다. 찬스에는 뒤통수가 없지요. 다가오는 것은 다 받아들입니다. 정치만 빼고요. '좌로 가나 우로 가나 운명이다. 그냥 딛고 넘어가라'가 좌우명입니다. "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그는 당연직 재단이사인 여주군수 이천시장 등 공무원들을 모두 제외시키고 도예가 작품을 대거 구입해 창작활동을 돕겠다는 도자 뉴딜 사업도 발표했다.
2001년 9월 동화그림 작가에서 남이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14만평 섬을 캔버스 삼아 동화나라를 그려온 지 8년여.
그가 남이섬에서 성공한 생각나는 대로 꾸미는 '상상 경영',남과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경영'을 한국도자재단 개혁에 어떻게 접목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강원도 남이섬에서 강 사장을 만났다.
▼도자진흥재단 개혁은 '강우현식 뒤집기 제2탄'인가요.
"재단 발족 10년 만에 비엔날레가 지역축제로 전락해 버렸어요. 2년마다 100억원 이상 투입하는데 민간인 시각으로 봐선 경쟁력은 물론 싹수도 없어 보였어요. 콘텐츠는 부족하고 관료화와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고요. 모두 뒤집어 엎자는 뜻에서 재단 개혁안에 '리버스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였어요. 재단 명칭도 한국도자재단으로 바꿨고요. "
▼모두 뒤집어 엎은 뒤엔 어떤 그림을 또 그리실 것입니까.
"앞으로 3년간 도예가들 작품을 모두 사주려고 합니다. 200억~30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사들인 작품으로 도자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입니다. 항아리 1만개를 줄만 맞춰 세워놔도 테마파크가 됩니다. 도자기를 뒤집은 모양의 집을 지어 도자기도 굽고 찜질방으로도 쓰려 합니다. 도자기를 안 사가니까 도자기가 쌓여 있는 관광지를 만들어 관광 상품으로 파는 거죠.재단 재정은 그동안 거의 경기도에 의존해 왔지만 3년정도 지나면 50% 가량을 스스로 벌 수 있을 겁니다. "
▼자치단체들이 너도 나도 테마파크를 짓고 있는데 실패하는 원인은 뭘까요.
"월트디즈니를 가져와 봐야 문화의 씨받이 노릇만 할 뿐입니다. 드라마를 유치하려고 수십억원씩 들이지만 겨울연가는 남이섬에서 제작발표회를 하는 대가로 50만원짜리 통돼지 한 마리 잡아주고 끝냈습니다. 세트장을 만들어서 3년 이상 지속한 곳이 없어요. 아이디어나 첫 시작은 괜찮아요. 그런데 아이디어 발제자,시공자,운영자가 모두 다르니 초심이 사라지고 말죠.사상과 생명이 흘러가는 문화 차원의 순환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요. 아티스트 디렉터가 있어야 일관성을 유지하고 성공합니다. "
▼공무원이 최고 인기 직종인 세태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겠군요.
"세상 망하는 것입니다. 공무원이 되려고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나라는 비전이 없어요. 편하다는 게 자랑은 아니죠.정년보장이 뭡니까. 오죽 못 났으면….정말 하고 싶은 일은 조직 속에서는 못합니다. 취업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칼을 가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칼을 갈아서 나와야지요. 망하는 것은 다음 문제입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죠.망하는 것도 중요한 경험 아닌가요. 일을 배우는 재미로 살고 언젠가 독립할 것이라는 각오로 살아야죠.인기있는 직업 치고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일 안하는데 돈 많이 주니 공기업이 선호 직종 1순위가 된 것 아닌가요. "
▼상상의 몇%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보십니까.
"중학교 때 얘깁니다. 수업은 재미없고,졸리고….호랑이 선생님이어서 잘 수도 없었죠.잉크를 손가락에 묻혀서 눈꺼풀 위에 점 두 개를 찍고는 눈을 감았죠.친구들이 웃어대는 바람에 걸렸어요. 선생님도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들어가래요. 저는 제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상상은 문제가 생기면 나와요. 규제로 꽁꽁 묶어 놓으면 아이디어가 더 나옵니다. 그러나 상상이 망상이 돼선 절대로 안돼요. 아무리 장난기가 지나쳐도 집안의 생활 리듬을 깨선 안 된다는 게 철칙입니다. "
▼추운 날씨에도 남이섬을 찾은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올 들어 외국인 18만명을 포함해 170만명 정도가 방문했습니다. 대만에서 하루에 300명 이상,태국에서도 많을 때는 800명씩 찾아왔어요. 일본인들은 하루 100여명 정도입니다. 겨울연가로 남이섬이 뜬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2004년부터 욘사마(배용준) 버리기를 해왔습니다. 겨울연가를 찍은 장소라는 흔적만 갖고 언제까지 손님들에게 꿈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후속타로 내놓은 게 2006년 4월22일 개국(開國)한 나미나라공화국입니다. 국기 국가는 기본이고 화폐도 있고 비자도 발급합니다. 각국 국기도 세워 놓고 세계책나라축제,세계청소년공연축제 등 1년 내내 행사를 여니까 세계 각국 사람들로 붐빌 수밖에요. "
▼남이섬을 바꾸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겠죠.
"사장 취임하고 1년 좀 안됐을 때입니다. 깜깜한 밤에 혼자 배를 타고 섬을 나오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장한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배에서 내리는데 뒷덜미와 다리를 잡고는 그냥 강 속으로 던져버렸어요. 못 나오게 하려고 의자도 던지고.남이섬에서 바가지 장사를 못하게 하니까 앙심을 품은 업자들이 동네 건달을 부른 것 같았어요. 강 속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인근 지역 사람들이 달려와 살았죠.감사원 국세청 등에 들어간 투서도 엄청났어요. 경찰과 검찰에는 백 번도 넘게 갔습니다. "
▼남이섬에서는 뭘하며 지내시는지요.
"어제는 담장을 쌓았어요. 흙 얹고 벽돌과 깨진 기왓장 놓고.관광객들은 공사 중인데도 처음 보는 담장이라며 연신 사진을 찍어요. 추우니까 담장 옆에 화덕을 갖다 놨어요. 그걸 보니 고구마 생각이 나요. 돌판을 놓고 고구마를 굽게 했어요. 차도 한잔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옆에 아궁이를 만들어 솥을 놓고 옥수수차를 끓여 나눠줬어요 다음에 또 오겠다고들 그래요. 우리는 설계도가 따로 없어요. 제가 발로 땅에 그리면 벽돌공이 알아서 만들어요. 제 머릿속 담장보다 벽돌공이 더 잘 만들었으면 그걸로 가요. "
▼기업체의 강의 요청도 많겠네요.
"지난주 화요일은 삼성화재에서 조찬 강의를 했습니다. 주로 우리 사례를 들려줍니다. 남이섬 사례는 안 되는 방식으로 했는데도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저런 건 나도 하겠다,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도전의식을 심어 줍니다. 기업인들은 이론적으로는 다 알아요. 그런데 실천을 못해요. 남이섬 직원들은 이론적으로는 몰라도 실천하면서 길을 찾습니다. 타당성 검토를 하다 보면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요. 관광은 특히 타이밍과 변화가 중요합니다. "
▼㈜남이섬의 2010년 시무식을 이미 했다면서요.
"지난 9월1일에 했습니다. 4개월 앞서면 4년 앞선다는 생각에서죠.이미 새해 일거리들로 넘쳐나요. 세르비아에서 베오그라드에 있는 17세기 중세 요새를 관광지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동양적으로 만들어 달라는데 돈 안쓰는 남이섬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싶은가 봐요. 앞으로 뭐할거냐는 질문이 많은데 제가 정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이 제게 오는 대로 일합니다. 찬스에는 뒤통수가 없지요. 다가오는 것은 다 받아들입니다. 정치만 빼고요. '좌로 가나 우로 가나 운명이다. 그냥 딛고 넘어가라'가 좌우명입니다. "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