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 자살률 OECD 1위 불명예 또 입증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정당국이 사형수들을 너무 부실하게 관리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심리상태가 극도로 불안하고 대체로 충동적인 살인범의 경우 수감중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커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자살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교정시설 관리실태가 비판의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22일 법부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정이 자살 도구로 쓴 것은 재활용 쓰레기를 따로 버리기 위한 비닐봉지였다.

이를 꼬아 만든 끈을 TV 받침대에 걸고 목을 맨 것을 근무자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20시간여 뒤 숨졌다.

자살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지만 서울구치소는 일반 수용자 여럿이 섞여 사는 혼거실이나 정과 같은 사형수가 생활하는 독거실(독방)에도 별달리 구분 않고 넣어줬다.

결과적으로 구치소가 정에게 자살 도구를 제공한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8×75㎝ 크기의 이 비닐봉투는 일반적인 것보다 얇은 재질이고 쓰레기가 가득차면 교체한다.

정이 수감돼 있던 독거실은 화장실을 포함해 1평 남짓한 4.0㎡ 규모로, 문을 열면 방 안쪽 좌측에 1m 정도 높이의 받침대 위에 설치된 TV 외에 별다른 시설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CC(폐쇄회로)TV 설치는 해당 수용자가 자살우려가 큰 경우로 제한되는데 정의 방에도 CCTV가 없었다.

수용실의 CCTV 설치를 둘러싸고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설치를 임의로 할 수 없게 지난해 말 법이 개정된 것.
정은 순찰근무 중이던 교도관은 감시가 소홀한 시간대라 할 수 있는 21일 오전 6시35분께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다.

법무부는 이 때문에 정이 정확히 언제 목을 맨 것인지 정확히 파악은 어렵지만 숨이 완전히 멎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자살 기도 시점은 발견 직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한 사동(舍棟)에 수감자 70∼100명이 있어 근무자가 사동을 한 번 순찰하려면 15분 정도 공백이 생긴다"며 "정은 이 틈을 이용해 자살을 기도했는데 그나마 숨지기 전에 빨리 발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단 정의 사건이 아니더라도 법무부의 재소자 관리 부실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2004년 이후 통계만 보더라도 구치소, 교도소 등에서 자살한 수형자는 정을 포함해 82명으로 매년 10명이 넘는다.

2006년 법무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형자 10만명당 자살률은 3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는 일반 시민의 자살률(26.1명)보다 높은 수치다.

이 자료를 보면 자살을 가장 많이 한 수형자는 살인범으로 전제의 33%를 차지했고, 대부분은 혼자 있는 방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허술한 보안관리로 인해 구치소 안으로 허용되지 않는 각종 물건이 반입되는 것도 수용자들의 자살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4년 이후 무려 836명의 수형자가 담배나 현금, 수표, 휴대전화, 마약류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소지했다가 적발됐는데 이런 구조 속에서라면 자살에 쓰려는 물건을 몰래 반입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당혹스러운 듯 "법무부가 낸 보도자료 말고는 할 말도 권한도 없다"며 정의 자살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