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와는 더이상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상생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달 초 사장단회의에서 삼성그룹의 상생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를 언급한 내용이다. 갑과을의 관계를 뛰어넘는 상생협력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무대에서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삼성 계열사에 납품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를 무대로 장사를 하게 돕겠다는 얘기다. 이 방식이 당장 단가를 낮춰줌으로써 협력업체의 짐을 덜어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삼성 계열사 중 가장 활발히 상생협력을 전개하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상생협력실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개발과 지원사업을 강력히 진행하고 있다. 요즘 삼성전자 상생협력의 화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내부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외부 기관 및 협력업체와 공동개발을 확대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이노베이션은 협력업체의 연구개발 성과를 더욱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신기술을 갖고 있는 더 많은 기업들이 협력사로 진입하는 것을 지원할 방침이다.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오픈이노베이션의 협력파트너를 더 많이 만들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협력사 운영혁신 지원도 강화한다. 제품 및 공정개발,원가절감,프로세스 개선 등 협력사가 현장에서 선정한 과제별로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경영인프라 구축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력사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고도화 작업이나 정보화시스템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또 협력사 임직원 역량강화도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마련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문기술 교육과정과 경영일반 교육과정을 이수한 협력업체 직원은 5500명을 넘어섰다. 또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 자녀를 대상으로 한 미래경영자 과정도 122명이나 수료했다. 협력업체 직원의 역량 강화가 곧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기도 적극적으로 협력사와 상생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2005년 수원사업장에 윈-윈(win-win)플라자를 열었다. 협력회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는 공간이다. 협력회사 직원이 상주하며 신제품 개발 및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공간을 함께 쓰고 있기 때문에 기술교류도 쉽고 개발기간 단축 및 제품경쟁력 확보에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기는 이와는 별도로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우수사례를 선정해 공유하는 자리인 윈윈 활동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공정거래 협약체결을 기점으로 상생협력 1기 활동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는 2기 활동을 하고 있다. 1기 기간에 95개 협력회사에 28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컨설팅 및 임직원 교육훈련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협력사당 평균 거래금액이 2004년 15억원에서 지난해 33억원으로 2.2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전기는 올해부터는 기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엔지니어링 컨설팅 추진 등 협력회사 기술역량 강화에 주력 중이다. 협력회사의 설비투자 및 신기술 개발에 약 100억원의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전문인력 지원 및 임직원 교육 등에 15억원을 무상 지원했다. 또 삼성전기는 국내에선 최초로 사내에 상생아카데미를 개설해 협력사 임직원들의 경영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