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 주도주인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주들이 수급 악재를 딛고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17일 오전 11시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12.10포인트(0.76%) 오른 1598.08을 기록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20일 이동평균선(1592선)도 돌파했다.

상승장의 주역은 기존 주도주로 꼽혔던 IT, 자동차, 금융주들이다. 코스피 은해업종지수가 1.80%, 금융업종 지수가 1.46% 오르고 있으며, 시가총액 1위의 삼성전자가 2% 가까이 상승하는 것을 비롯해 전기전자업종도 1.21% 상승중이다.

주도주의 약진은 수급 상황 호전에서 비롯됐다.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 순매수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주도주의 강세에 힘을 보탰다. 전날 프로그램 차익매물이 주도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 거래는 시총 80위권 정도의 대형주 위주로 이뤄지므로 프로그램 매수가 시작되면 대형주가 대부분인 주도주들이 그만큼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매도세가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순차익잔고(매수차익잔고 - 매도차익잔고)가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기도 한 상황이므로, 앞으로 프로그램의 대량 매도 압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2월을 앞두고 배당 수요도 기대되므로 프로그램은 주도주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연말을 앞두고 윈도드레싱에 대한 기대도 있다.

심재협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을 맞아 기관들이 윈도드레싱에 나서면서 기관 비중이 높은 시총상위 주도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IT, 자동차 등을 매도해왔던 외국인이 최근 2~3일 이들 업종에 대해 매수로 방향을 튼 것도 주목해볼 만하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기아차에 대해 지난 이틀간 연속 순매수를 보이며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원상필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이나 펀더멘털, 밸류에이션에서 여전히 주도주가 유리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등 IT주의 경우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 기대감이 유효하고, 금융주들 역시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며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도주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지적돼온 환율도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은 떨어졌지만 원·엔환율이나 원·유로환율은 6개월째 횡보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현재 시장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지만 쉽게 물러날 상황은 아니라며 IT와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중심의 비중확대 전략을 주문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판단이 어려울수록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막연한 기대감에 도취될 필요는 없지만 비관론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도 없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가 조정 시 IT, 자동차 등 주도주 중심의 비중확대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시가총액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도주가 살아나야 국내 증시가 신이 난다. 연말까지 한달 반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주도주가 막판 스퍼트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