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현지에 제3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작년보다 37% 안팎 성장,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은 12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중국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중국 방문은 작년 8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중국 3공장 착공 초읽기

현대차는 베이징에 제3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확정하고,구체적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혹은 내년에 지을 것인지 여부는 정하지 않았다"며 "차차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2공장의 연산 규모가 각각 30만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3공장 역시 연 30만대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차는 2002년 12월 제1공장,작년 4월 제2공장을 각각 완공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가 연 90만대,기아차가 연 43만대(1공장 13만대,2공장 30만대)를 중국에서 생산,한 해 133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 · 기아차의 국내 총생산규모인 273만대(작년 기준)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대 · 기아차가 중국에서 대규모 시설 확충에 나선 것은 현지 수요를 다 대기 힘들 만큼 잘 팔리고 있어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에서 각각 46만대 및 18만대를 팔아 작년 동기 대비 89.3%,55.3% 성장했다. 올해 총 80만대를 판매해 작년(43만6514대)보다 83%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 9월 기준 시장 점유율도 현대차가 7.4%로 전체 4위,기아차가 2.9%로 1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경우 작년엔 둥펑자동차와 닛산자동차의 합작사인 둥펑닛산에 밀렸지만 올해 큰 차이로 앞지르면서 '빅3'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정 회장,"품질 최우선하라"

정 회장은 1990년대 미국시장을 공략할 때 '품질경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처럼,신차 품질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을 강조했다. 그는 베이징현대차 및 둥펑위에다기아 현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객 만족이 모든 것에 우선하며 이는 결국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달 중순부터 기아차 옌청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가는 쏘울의 품질관리를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앞서 베이징현대차는 지난 4월 중국 최고 권위의 소비자 보호기관인 중국질량협회가 발표한 사후관리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자동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정 회장은 또 "중국의 각 지역별로 특색있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개발해야 한다"며 "임직원들은 중국 대표 브랜드가 된다는 더 큰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자칭린 주석을 만나 "중국 내 현대 · 기아차의 비약적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격려와 지원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자동차를 살 때 취득세를 절반가량 낮추고 중고차를 새 차로 바꾸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중국의 소비진작 정책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자칭린 주석은 "현대 · 기아차가 한 · 중 간 경제발전 및 우호증진의 상징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조재길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