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체 먹여 살리는 '밀리언셀러'
'제2의 갈색병을 만들어라.'

'갈색병'이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의 에센스 제품인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를 가리키는 것으로,1981년 출시 이래 28년째 스테디셀러다. 아모레퍼시픽 한방화장품 설화수의 '윤조에센스'는 지난해 160만개가 팔려 설화수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잘 만든 '슈퍼 히트' 제품 하나가 브랜드의 성공을 좌우하는 사례들이다. 경쟁이 치열한 중저가 브랜드숍 화장품들도 이 같은 '슈퍼 히트'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10여개 브랜드가 각기 700~800개의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단 10여개 슈퍼 히트 제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기 때문.

미샤가 2007년 출시한 'M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1만5800원)은 '빨강 비비'로 불리며,전국 350여개 매장에서 하루 평균 3000여개씩 팔려나간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비비크림 열풍'을 주도했던 제품으로,미샤 명동 매장에선 이 제품 하나로 매출의 80%를 올린다. 스킨푸드에선 2004년 12월 출시한 '블랙슈가 마스크'(7700원)가 최장수 스테디셀러다. 누적 판매량이 200만개에 달하며 '흑설탕팩''국민 각질제거제' 등의 별칭까지 얻었다.

슈퍼 히트 제품은 해당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는 물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후발주자로 인지도가 낮았던 토니모리는 지난 7월 출시한 산소마스크 '토마톡스 브라이트닝 마스크'(7800원)로 짭짤한 매출을 올리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출시 후 15만개가 나가 15초마다 1개꼴로 팔린 셈이다.

브랜드숍 화장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입소문이나 직접 테스트로 구매를 결정하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슈퍼 히트 제품을 사러 매장에 들렀을 때 다른 제품들까지 연관구매 효과가 상당하다. 스킨푸드에선 '흑설탕팩'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5월 선보인 '생과일 립앤치크'(6000원)가 덩달아 히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에뛰드하우스는 올 3월 '진주알 맑은 BB크림'을 내놓아 250만개를 팔아치웠다. 피부가 칙칙해지는 기존 비비크림의 단점을 보완해 빅히트를 쳤다. 이어 9월 '수분가득 콜라겐 크림'(1만5000원)을 출시,열흘 만에 1차 생산분 2만개가 매진됐다.

브랜드숍 화장품업계 1위이면서 뚜렷한 슈퍼히트 제품을 내지 못했던 더페이스샵도 스킨케어 라인인 '아르쌩뜨 에코-테라피'(1만900~1만8900원)로 대박이 났다. 지난 2월 리뉴얼 출시해 적극 마케팅을 편 결과,'흔들어 쓰는 노란색 에센셜 토너'가 월 평균 4만개가 나가는 등 전체 19가지 제품이 총 250만개나 팔린 것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