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의 반성문' 뉴 토러스, 가격·성능·편의사양 3박자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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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가 한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미국 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반세기 이상 세계 자동차의 표준을 제시해 왔다.
한 때 미국인들의 자부심이었던 '미국차'는 19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큰 덩치와 높은 배기량의 미국 자동차들은 고연비와 세련된 디자인,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일본 자동차들에게 조금씩 길을 내줬다.
지난 1985년 최초모델이 출시됐던 포드의 '토러스'는 이 같은 세대교체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카'였던 이 차는 1997년 일본 도요타의 '캠리'에게 왕관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포드는 '개과천선'을 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모델이 다시 돌아온 '토러스'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19일 국내 출시된 '2010년형 뉴 토러스'를 가리켜 "과거 포드의 명성을 되찾을 야심작"이라고 소개했다.
◆다이어트한 '근육맨'…조작 쉬운 내부 배치
외관은 구형의 보수적인 느낌을 대폭 지워냈다. 5미터가 넘는 길이와 2미터를 조금 밑도는 넓이는 여전히 미국차 다운 존재감을 강조하지만, 차량 후드에 '근육선'이라 불리는 윤곽을 표현하고 날카로운 전조등을 배치해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게도 기존 모델(2085kg)보다 185kg 줄어든 1900kg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차에 탑승하기 위해 문을 여는데 묵직한 느낌이 든다. 문짝의 철판을 손으로 어루만져보니 만만찮은 두께가 느껴진다. 손으로 두드려본다. 속이 꽉 찬 듯, '툭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으로 차체에 사용되는 강철보다 4~5배 단단한 규소합금 철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차 안을 살펴봤다. 포드는 이 차의 홍보에 나서며 특히 차량 내부 구조의 설계를 강조했다. 선과 절제미를 강조했다는 '젠(ZEN·선 禪) 스타일'과 운전 중 가장 편한 각도라는 38도 기울기의 센터페시아(오디오 등이 위치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중앙부)를 내세운다. 실제로 버튼 배치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으며 조작하기도 편했다.
◆초반 숨 고르더니 '쭉' 뻗어나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묵직한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시승구간은 서울 삼성동 포드전시장에서 출발, 경기도 양평의 반환점을 돌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진입하는 코스로 약 100km정도 거리였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조금 느린 반응이 온다. 무게 1900kg의 '덩치' 탓인지 가볍지가 않다. 그러나 속도계가 30~40km/h 구간을 지나면 가속이 빨라진다. 한번 탄력이 붙으면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차는 3500cc급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67마력, 최대토크 34.4kg.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코너링도 반경이 조금 크다. 생각했던 것보다 각도를 넓게 잡아야 했다. 급회전을 돌 때 몸이 쏠리는 현상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반면 운전대는 제법 예민하다. 차선을 수시로 바꾸며 서행차량을 추월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차량 바닥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는 만족스럽다. 거친 노면도 힘들지 않게 넘어선다. 적당한 단단함이 안락한 승차감을 가져온다. 이 차는 볼보 S80에 사용된 플랫폼(기본골격)을 공유한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차체다.
운전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변속이다. 이 차에 탑재된 6단 자동변속기는 매우 이상적인 기어비(ratio)를 갖고 있다. 60~80km/h 사이에서 4단으로 작동되다 5단으로 넘어가는 변속 타이밍이 매우 부드럽다. 단이 올라갈 때 엔진 소음이 크게 들리거나 차가 주춤하는 현상을 느끼지 못했다.
연비는 구형 모델(8.2km/ℓ)보다 좋아졌다. ℓ당 8.7km를 주행한다. 실제로 주행해보니 실측연비는 8.2km/ℓ 수준으로, 시승 중 불어난 교통량과 잦은 신호정지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시승차(리미티드 모델)에 탑재된 19인치 타이어는 승차감을 높여주는 대신 연비에는 조금 손해다.
◆편의사양·가격 매력적
다양한 편의사양과 낮은 가격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안전사양 중 인상적이었던 건 앞차와의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지면 앞유리 좌측 하단 조명이 켜지며 경보음이 들리는 기능이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매력적인 건 가격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SEL 모델이 3800만원, 안마의자와 19인치 타이어를 탑재한 리미티드(Limited)가 4400만원이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대형세단 제네시스의 엔트리급(저사양)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포드는 저렴해진 가격과 날렵해진 외관, 차량 곳곳에 각종 편의사양을 장착해 높아진 상품성으로 뉴 토러스를 무장시켰다.
부분적으로 과장된 느낌의 구조 설계에서는 여전히 미국차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운전대나 각종 버튼을 조작할 때 휴대폰 '햅틱' 기술을 적용하는 등 감성적인 부분에도 힘썼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구형보다 3배 이상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출시 후 3주간 500여대가 팔렸다.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포드의 '반성문'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0세기 초부터 미국 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반세기 이상 세계 자동차의 표준을 제시해 왔다.
한 때 미국인들의 자부심이었던 '미국차'는 19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큰 덩치와 높은 배기량의 미국 자동차들은 고연비와 세련된 디자인,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일본 자동차들에게 조금씩 길을 내줬다.
지난 1985년 최초모델이 출시됐던 포드의 '토러스'는 이 같은 세대교체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국 자동차시장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카'였던 이 차는 1997년 일본 도요타의 '캠리'에게 왕관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포드는 '개과천선'을 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모델이 다시 돌아온 '토러스'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19일 국내 출시된 '2010년형 뉴 토러스'를 가리켜 "과거 포드의 명성을 되찾을 야심작"이라고 소개했다.
◆다이어트한 '근육맨'…조작 쉬운 내부 배치
외관은 구형의 보수적인 느낌을 대폭 지워냈다. 5미터가 넘는 길이와 2미터를 조금 밑도는 넓이는 여전히 미국차 다운 존재감을 강조하지만, 차량 후드에 '근육선'이라 불리는 윤곽을 표현하고 날카로운 전조등을 배치해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게도 기존 모델(2085kg)보다 185kg 줄어든 1900kg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차에 탑승하기 위해 문을 여는데 묵직한 느낌이 든다. 문짝의 철판을 손으로 어루만져보니 만만찮은 두께가 느껴진다. 손으로 두드려본다. 속이 꽉 찬 듯, '툭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반적으로 차체에 사용되는 강철보다 4~5배 단단한 규소합금 철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차 안을 살펴봤다. 포드는 이 차의 홍보에 나서며 특히 차량 내부 구조의 설계를 강조했다. 선과 절제미를 강조했다는 '젠(ZEN·선 禪) 스타일'과 운전 중 가장 편한 각도라는 38도 기울기의 센터페시아(오디오 등이 위치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중앙부)를 내세운다. 실제로 버튼 배치는 깔끔하게 정리돼 있으며 조작하기도 편했다.
◆초반 숨 고르더니 '쭉' 뻗어나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묵직한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시승구간은 서울 삼성동 포드전시장에서 출발, 경기도 양평의 반환점을 돌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진입하는 코스로 약 100km정도 거리였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조금 느린 반응이 온다. 무게 1900kg의 '덩치' 탓인지 가볍지가 않다. 그러나 속도계가 30~40km/h 구간을 지나면 가속이 빨라진다. 한번 탄력이 붙으면 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차는 3500cc급 6기통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67마력, 최대토크 34.4kg.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코너링도 반경이 조금 크다. 생각했던 것보다 각도를 넓게 잡아야 했다. 급회전을 돌 때 몸이 쏠리는 현상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반면 운전대는 제법 예민하다. 차선을 수시로 바꾸며 서행차량을 추월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차량 바닥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는 만족스럽다. 거친 노면도 힘들지 않게 넘어선다. 적당한 단단함이 안락한 승차감을 가져온다. 이 차는 볼보 S80에 사용된 플랫폼(기본골격)을 공유한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차체다.
운전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변속이다. 이 차에 탑재된 6단 자동변속기는 매우 이상적인 기어비(ratio)를 갖고 있다. 60~80km/h 사이에서 4단으로 작동되다 5단으로 넘어가는 변속 타이밍이 매우 부드럽다. 단이 올라갈 때 엔진 소음이 크게 들리거나 차가 주춤하는 현상을 느끼지 못했다.
연비는 구형 모델(8.2km/ℓ)보다 좋아졌다. ℓ당 8.7km를 주행한다. 실제로 주행해보니 실측연비는 8.2km/ℓ 수준으로, 시승 중 불어난 교통량과 잦은 신호정지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시승차(리미티드 모델)에 탑재된 19인치 타이어는 승차감을 높여주는 대신 연비에는 조금 손해다.
◆편의사양·가격 매력적
다양한 편의사양과 낮은 가격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안전사양 중 인상적이었던 건 앞차와의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지면 앞유리 좌측 하단 조명이 켜지며 경보음이 들리는 기능이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도 주목할 만하다.
가장 매력적인 건 가격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SEL 모델이 3800만원, 안마의자와 19인치 타이어를 탑재한 리미티드(Limited)가 4400만원이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대형세단 제네시스의 엔트리급(저사양)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포드는 저렴해진 가격과 날렵해진 외관, 차량 곳곳에 각종 편의사양을 장착해 높아진 상품성으로 뉴 토러스를 무장시켰다.
부분적으로 과장된 느낌의 구조 설계에서는 여전히 미국차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운전대나 각종 버튼을 조작할 때 휴대폰 '햅틱' 기술을 적용하는 등 감성적인 부분에도 힘썼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구형보다 3배 이상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출시 후 3주간 500여대가 팔렸다.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포드의 '반성문'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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