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지하 1층의 한식당 '무궁화'.점심식사 중인 테이블마다 막걸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틀 전 친구들과 한국을 찾은 일본인 엔도 사치코씨(28)는 "일본에서도 막걸리를 즐겨 마셨는데 한국에선 값도 싸고 종류도 다양하다"며 "특히 '자색 고구마 막걸리'가 색깔이 예쁘고 맛이 좋아 저녁에도 호텔에서 룸서비스로 시켜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막걸리 향이 물씬 풍기고 있다. 한류열풍과 웰빙바람에 막걸리를 찾는 내 · 외국인들이 늘자 콧대 높던 특급 호텔들이 앞다퉈 막걸리 판매에 나선 것이다. 또 복분자,멜론,바나나 등 각종 과일을 넣은 막걸리 칵테일까지 등장했다.

특급호텔에 막걸리가 등장한 것은 지난 4월 리츠칼튼 호텔과 롯데호텔.7종의 막걸리를 판매하는 롯데호텔에선 고양 배다리 막걸리와 자색 고구마 막걸리가 인기다. 김진민 무궁화 지배인은 "아직 막걸리가 낯선 외국인을 겨냥해 무료로 세 가지 막걸리를 시음해볼 수 있는 '막걸리 플라이트' 서비스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르네상스 호텔도 각각 지난 8,9월에 막걸리 판매를 시작했다.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도 '카페 아미가'에 최근 막걸리를 추가했다. 이호웅 식음본부장은 "지난달 초 룸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고객들의 요청에 열흘 만에 카페에서도 취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이필드 호텔(외발산동)은 지난 9월부터 고객이 요청할 때만 막걸리를 내놓다가 수요가 늘자 오는 16일부터 정식 판매한다.

한 단계 진화한 막걸리 칵테일도 등장했다.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은 이달 초 '바루즈'에서 과일,복분자 등 총 7종의 막걸리 칵테일(작은 사진)을 내놓았다. 장석영 바루즈 지배인은 "막걸리 칵테일은 바 분위기와도 어울리고 외국인과 술이 약한 여성들도 쉽게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 앞 프라자 호텔도 지난달부터 '프라자펍'에서 바나나 · 멜론 · 복분자 세 가지 맛의 막걸리 칵테일을 판매한다.

고급 일식당과 백화점에도 막걸리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내 일식당 '이끼이끼' 관계자는 "단골 손님 중 막걸리를 찾는 분들이 많고 한 달에 1~2병 나가는 위스키보다 막걸리 호응이 높아 정식으로 메뉴에 넣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국순당과 손잡고 지난 6일 압구정 본점에 생막걸리를 포함한 생주 전문매장인 '주담'을 열었다. 김남희 주류바이어는 "생막걸리 등 프리미엄 전통주를 판매하는 만큼 와인,위스키 등 고급 주류 매장 옆에 문을 연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