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올 들어 처음으로 10배 아래로 떨어졌다.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저평가 매력이 제대로 발휘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500개사의 향후 12개월 순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시장 PER는 현재 9.8배에 머물고 있다. 국내 증시의 PER가 10배 아래로 밀려나기는 작년 12월(9.62배) 이후 11개월 만이다. PER는 코스피지수가 1650선에 머물던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0.8배로 역사적 평균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말 지수 1600선이 붕괴되면서 급속도로 낮아졌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3분기 실적 발표로 상장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PER가 빠르게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내년 순익은 약 85조7000억원으로 62조원대인 올해보다 3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6월 말 전망 때보다 20% 가까이 높아진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42배로 과거 주가 수준이 비슷했던 시기보다 낮아 저평가 매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익의 상향 조정 속도가 둔화되고 있어 저평가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실적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는 순익 전망을 기반으로 한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부각되기 어렵다"며 "이는 기관을 비롯한 투자주체들이 강하게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