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의 배성기 사장이 5일 사퇴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자진사퇴는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선임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지자체 선거에 야당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물러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인사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 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은 만큼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심했다"며 "평소부터 가져왔던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어떻게 내 입으로 얘기할 수 있겠나. 현재로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경부와 중부발전 안팎에서는 배 사장이 고향인 여수시장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수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배 사장은 행정고시 19회로 1976년 공직에 들어와 옛 산업자원부에서 2003년 4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자원정책실장,기획관리실장,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1급으로 재직한 기간만 3년1개월에 달해 '최장수 실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을 역임한 뒤 같은해 10월 중부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사실상 추천권을 행사했던 지경부는 소관 부처로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공직선거 출마 여부는 개인의 정치적인 선택이라 뭐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야당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그만둔 것은 솔직히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애초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꼴이다.

최근 모 공기업 사장은 회사 공금을 개인홍보에 과도하게 썼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질책을 받았다. 지난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이 사장은 다음 선거 출마를 위해 자서전 구입이나 지역 TV광고 등에 회사 자금을 펑펑 지출했다는 것이다.

공기업 노조가 사측의 인사 및 경영권에 지나치게 개입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전력의 5개 발전 자회사는 고질적인 노조개입을 바로잡기 위해 단체협약해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CEO들의 과도한 정치 지향성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공공기관장 자리는 정치적인 도약대가 아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