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증여는 최대한 늦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증여를 받은 자식이 나중에 불효를 저질러도 부모는 물려준 재산을 다시 빼앗을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헌재는 4일 A씨가 '증여해제 가능기간과 증여재산 해제불가'를 규정한 민법 556조 2항 및 558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들 5명을 두고 있던 A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상속재산을 정리한 뒤 서울 성동구 소재 토지와 주택을 구입해 장남 B씨 명의로 소유권을 넘겨줬다. 그런데 B씨가 허락 없이 팔아버리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증여는 무효"라며 주택 등 매각대금의 절반을 반환하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이 "부모 부양의무 등의 다른 조건을 붙인 부담부 증여가 아니고 단순증여인 만큼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행해진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법원이 적용한 민법 조항이 기본권을 제약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민법은 '해제사유를 알게 된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용서를 할 때는 해제권이 소멸되며 이미 이행된 증여는 해제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증여 완료 이후 망은(忘恩) 행위를 이유로 해제권 행사를 못하게 한 것은 증여자가 나중에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증여재산에 대한 법률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증여해제 기간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해제사유를 알게 된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난 경우 증여를 해제할 수 없도록 한 것도 충분한 시간이므로 불합리한 기간 설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